‘20G 9푼5리’ 로맥 부진, 무엇이 문제일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30 05: 58

SK 새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32)의 방망이가 완전히 식었다. 상대 팀의 분석에 타격폼까지 무너지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깨 부상으로 퇴출된 대니 워스를 대신해 지난 5월 초 한국을 찾은 로맥은 괴력의 소유자로 기대를 모았다. 당초 유격수 포지션을 생각했으나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한 SK는 팀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로맥은 이상적인 후보자였다. 트리플A 레벨인 퍼시픽코스트리그(PCL)를 폭격하고 한국에 온 로맥은 적어도 힘 하나는 최고로 뽑혔다. 툭 갖다 맞혀도 담장을 넘겼다. 상대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실제 로맥은 KBO 리그 입성 후 6월 6일까지 가진 23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 OPS(출루율+장타율) 1.189, 11홈런, 23타점을 기록했다. 절대적인 타율이 높지는 않았지만 볼넷을 고를 수 있는 능력에 맞으면 타구가 크게 날아가 OPS가 치솟았다.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OPS형 타자였다. “고타율을 기록할 만한 선수는 아니지만 장타는 꾸준히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하지만 그 후로는 끝없는 추락이다. 6월 7일부터 29일까지 20경기에서 타율이 9푼5리다. 1할도 안 된다. 홈런은 2개, 타점은 3개에 머물러 있다. 1.189였던 OPS는 이 기간 0.409까지 추락했다. 신인 선수가 경기에 나서도 이 이상의 성적은 낸다. 그렇다면 로맥의 부진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타이밍과 타격폼 붕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타이밍이 늦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예비 동작이 늦은 편은 아닌데 스윙으로 나오는 동작이 빠르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빠른 공에도 타이밍이 늦고 있다. 또한 로맥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고한 선수다. 특히 낮은 쪽이 그렇다. 자신의 존이 아니라면 설사 루킹 삼진을 먹더라도 아예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투수들이 집요하게 그 코스에 공을 던지며 로맥의 눈을 실험하고 있다.
특히 바깥쪽 승부가 많고, 미국과는 달리 그 코스를 잡아주다 보니 로맥도 급해지고 있다. 로맥의 삼진 비율을 보면 바깥쪽 코스가 45% 이상이다. 특히 낮은 바깥쪽 코스에 무수한 루킹 삼진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바깥쪽 공을 건드리기 위해 상체가 숙여지면서 이상적인 밸런스가 나오지 않는다. 퍼올리는 듯한 스윙이 빗맞아 무수한 내야 뜬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런 문제에서 기인한다는 평가다.
좋을 때 로맥의 스윙은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정경배 SK 타격코치도 “로맥의 스윙은 아주 좋은 편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타격 이론이 있더라. 조이 보토의 타격 이론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스핀을 줄 수 있는 스윙”이라면서도 최근 문제점 때문에 그런 스윙이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로맥도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연습을 거듭하고 있으나 한 번 무너진 밸런스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코칭스태프는 일단 로맥을 지켜보고 있다. 로맥은 SK에 입단할 당시 자신의 스윙에 대해 간섭하지 말아줄 것을 바랐다. 일본 시절에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라미레스 감독이 타석이 끝날 때마다 로맥을 뒤로 불러 스윙을 교정시켰다고 하더라. 선수 인성은 참 좋은데, 그래서 그런지 타격폼 변화에 대한 조언이나 지시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선수가 싫다는데 괜히 건들렸다가는 역효과만 날 수 있다. 일단 로맥이 스스로 뭔가를 깨닫길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로맥과 최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실마리를 함께 찾고 있다. 29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선발 명단에서 빼기도 했다. 하지만 당장 반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더 필요하고, 연습이 아닌 경기에서 어떠한 반등의 계기를 찾는 과정도 필요하다. 어느덧 시즌 타율이 1할9푼5리까지 떨어진 로맥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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