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에 몰렸던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이 말 그대로 결승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 홈런 한 방이 향후 그의 입지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평가했다. 팀 사정까지 감안하면 그야말로 천금 같은 홈런이었다.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조항 실행을 코앞에 두고 메이저리그(MLB) 계약을 체결하는 감격을 누린 황재균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29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AT&T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의 경기에 선발 5번 3루수로 MLB 데뷔전을 가졌다. 여기서 3-3으로 맞선 6회 결승 솔로포를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팽팽하던 승부의 흐름을 단번에 깨버린 한 방이었다. 콜로라도 선발 카일 프리랜드의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리자 자비 없이 방망이를 휘둘렀다. 현지 언론의 기대와는 달리 ‘얌전한’ 배트플립을 선보인 황재균은 이날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의 맹활약으로 경기 후 수훈선수에 선정되는 듯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맥주 세례를 받는 등 동료들의 사랑도 듬뿍 받았다.
불과 이틀 전 상황을 생각하면, 스스로의 말대로 '믿기지 않는' 홈런이었다. 황재균 스스로도 샌프란시스코의 부름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상 포기, 옵트아웃을 결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코너 길라스피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기회가 왔다. 어쩌면 다소 운이 좋게 MLB 무대를 밟은 황재균이지만 실력은 확실했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었다면 팀 내 입지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팀의 주전 3루수인 에두아르도 누네스가 오는 1일 부상자 명단에서 복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황재균은 이날 활약으로 앞으로도 좀 더 출전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브루스 보치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1일 피츠버그전에 황재균을 주전 3루수로, 누네스를 좌익수로 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잘한 선수를 다음 경기에 빼기는 힘들다.
현지 언론도 홈런 한 방의 성과가 매우 컸다고 평가했다. 지역 언론인 ‘CSN 베이에어리어’는 “황재균의 홈런은 108마일(173.8㎞)의 속도로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으며 비거리는 417피트(127m)에 이르렀다. 황재균은 KBO 리그에서 지난 두 시즌 동안 53개의 홈런을 쳤다. 파워는 준수한 선수”라면서 “이 홈런은 누네스가 금요일 혹은 토요일 복귀한다고 해도 황재균의 입지를 확장시키는 틀림없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기에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트레이드’ 진앙지가 될 것이라는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최하위권에 처진 샌프란시스코는 사실상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 건너갔다. 이에 몇몇 핵심 선수들을 내놓고 트레이드 시장을 두드릴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아직 구단 고위층은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고 있지 않으나 이미 물밑작업은 시작됐다는 관측도 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30일 “바비 에반스 단장은 절대적인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3명을 뽑았다. 매디슨 범가너, 버스터 포지, 그리고 브랜든 크로포드가 그 3명”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트레이드 대상자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니 쿠에토, 마크 멜란슨, 브랜든 벨트 등 굵직한 선수들을 포함, 황재균 포지션의 주전 선수인 에두아르도 누네스 또한 ‘트레이드 1순위’로 뽑힌다.
누네스는 올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그리고 샌프란시스코는 누네스에게 거액 계약을 안겨줄 의향이 별로 없다. 트레이드설이 많은 이유다. 만약 황재균, 크리스티안 아로요 등 새 얼굴들이 3루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누네스를 미련 없이 팔 수도 있는 형국이다. 황재균이 앞으로 얻을 기회를 잘 살린다면, 생각보다 일찍 3루를 꿰찰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