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시니 결단..'부진' 오승환, 마무리 경쟁 돌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30 05: 50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승승장구하던 오승환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현지 언론의 비판이 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마이크 매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 또한 마무리 경쟁을 시사해 향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세인트루이스의 개막 마무리투수였던 오승환은 지난해보다 저조한 성적에 고전하고 있다. 올 시즌 33경기에서 36이닝을 던지며 1승4패16세이브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1.92→3.75)은 물론, 피안타율(0.190→0.271), 이닝당출루허용률(0.92→1.36), 9이닝당 피홈런(0.56개→1.50개), 피OPS(0.510→0.769)까지 모든 지표가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
급기야 6월에는 MLB 진출 후 가장 큰 시련을 맞이했다. 11경기에서 두 번의 패전을 안으며 월 평균자책점이 5.73까지 치솟았다. 피안타율은 3할4리, 피홈런은 11이닝에서 3개나 된다. 비교적 안정궤도를 찾았던 5월에는 평균자책점 1.38, 피안타율 2할2푼9리, 13이닝에서 피홈런은 딱 1개였다. 모든 숫자가 오승환의 현재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현지 언론의 공세도 거세다. 시즌 초반 부진 당시 오승환의 구위에 의구심을 드러냈던 언론들은 6월 성적이 떨어지자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벤 프리드릭슨은 “오승환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모든 숫자가 일이 더 나쁜 쪽으로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오승환은 슬라이더에 문제가 있고 전체적인 로케이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언론사의 제프 고든도 “지난 13일 동안 9회에만 홈런 3개를 얻어맞았다. 지난 8번의 등판에서 7실점했고 13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날을 세웠다. 미 ‘CBS스포츠’는 “오승환이 부진에도 불구하고 마무리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트레버 로젠탈도 같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로젠탈도 시즌 평균자책점이 4.25에 이르고 6월 평균자책점도 7.15까지 올랐다.
로젠탈과 오승환의 동반 부진에 마이크 매시니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구상을 바꾼 모양새다. 세인트루이스는 29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4-2로 앞선 9회 오승환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로젠탈이 마운드에 올랐다. 최악의 경기 내용이었지만 간신히 팀 승리를 지켰다. 오승환은 몸은 풀었으나 로젠탈이 경기를 마무리해 출전 기회가 없었다. 현지에서는 이것이 팀 내 마무리 경쟁의 시발탄이라고 보고 있다.
매시니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상황에 따라 마무리를 달리하는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매시니 감독은 그간 오승환이 부진할 때마다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으나 6월 부진에 생각을 바꾼 것이다. 물론 오승환의 마무리 보직을 공식적으로 박탈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로젠탈을 오승환 뒤에 쓰며 유연성을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는 이에 대해 “매시니 감독은 경기 막판 불펜투수들의 임무를 바꾸는 것을 심사숙고했다. 즉, 최근 쓰러진 마무리 오승환과 8회를 맡는 로젠탈의 보직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오승환으로서는 사실상 마무리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오승환은 평소 “팀이 원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왕이면 그 지점은 마무리가 좋다. 오승환이 잠깐 흔들렸던 자신의 입지를 다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사진] 29일 경기를 마무리한 트레버 로젠탈(아래 왼쪽)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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