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두 개의 공, 버나디나 행운의 착각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06.28 22: 43

행운의 착각이었다. 
KIA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의 시즌 11차전에서 선발 헥터의 호투와 초반부터 화끈하게 터진 타선을 앞세워 13-4로 승리했다. 3연패 이후 2연승을 거두며 NC와 공동선두를 유지했다. 
1회말 KIA 공격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1사3루에서 버나디나가 1루수 땅볼을 쳤다. 삼성 1루수 러프는 쇄도하던 김주찬을 잡기 위해 홈에 송구했다. 접전 상황에서 김주찬의 터치가 빨랐고 주심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심의 볼 주머니에서 볼이 갑자기 떨어져 나왔다.  

이지영은 먼저 터치해 아웃이라면서 비디오판독을 요청하는 사인을 냈다. 그러나 심판은 타임을 걸 수 없었다. 버나디나가 떨어진 볼을 보고 2루를 돌아 3루까지 뛰고 있었다. 인플레이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이지영은 3루로 볼을 던졌다. 그런데 악송구가 되면서 버나디나가 살았다. 
버나디나는 1루로 전력질주를 하느라 홈 상황을 보지 못했다. 주심의 주머니에서 떨어져 뒤로 흐르던 볼이 진짜 공으로 착각했고 무한질주를 한 것이다. 그도 2루에서 3루를 가면서 이상하는 느낌을 들었는지 주춤했다. 악송구가 되지 않았다면 아웃이었는데 살아남았다.  
김한수 감독은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판독결과는 원심 유지였다. 다시 1루주자가 심판이 떨어뜨린 볼을 보고 3루까지 갔다면서 항의했다. 경기와 상관없은 볼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당연히 억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의 잘못이지만 삼성에게는 포수 이지영이 보다 냉정한 판단을 하지 않은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대로 KIA에게는 행운으로 작용한 착각이었다. 이어진 최형우의 2루타, 안치홍의 안타와 서동욱의 희생플라이로 3-0까지 달아났다. 1회 주도권을 쥐었고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주머니에서 나온 볼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미묘하게 바꾸어놓았다. /sunny@osen.co.kr
[사진] 광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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