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옵트아웃' 황재균, kt 맞춤형 선수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28 06: 18

사실상 '옵트아웃'을 선언한 황재균(30·새크라멘토 리버캣츠)의 거취가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도 뜨겁다. 본인은 '빅 리그' 도전 꿈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태도이지만, KBO리그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본격 영입전이 펼쳐진다면 '핫 코너'가 차가운 kt도 유력 후보 중 한 팀이다.
# '옵트아웃 유력' 황재균이 처한 상황은?
지난해까지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를 누볐던 황재균은 지난해 말, 꿈을 좇아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을 의미한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 진출시 연봉 150만 달러(약 17억 원), 인센티브 최대 160만 달러(약 18억 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황재균의 방망이는 시범경기부터 불을 뿜었다. 황재균은 스프링캠프 시범경기서 타율 0.333, 5홈런, 15타점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샌프란시스코의 동료와 코치가 뽑는 올해의 스프링캠프 신인상인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개막전 로스터에 황재균의 이름은 없었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냉정히 따져도 의외의 선택이었다. 그런 만큼 메이저리그 콜업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황재균의 계약 내용도 그러한 시선을 부채질했다. 황재균은 계약 당시 3월과 7월, 두 번의 옵트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넣었다. 이는 팀이 선수를 메이저리그에 승격시키지 않을 때, 그 선수가 희망한다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황재균은 개막 당시인 3월, 이 조항을 사용하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는 7월 이전 한 차례는 콜업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였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여전히 감감 무소식. 황재균도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 '더 머큐리 뉴스'의 앤드루 배글리 기자는 27일(이하 한국시간) 본인의 SNS에 "황재균이 7월 2일까지 메이저리그 콜업되지 않을 경우 옵트아웃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황재균은 올 시즌 트리플A 새크라멘토에서 68경기 출장, 타율 2할8푼7리(254타수 73안타), 7홈런, 4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10을 기록 중이다. 빼어난 활약이라기에는 부족함이 남지만, 황재균보다 못한 어린 선수들의 잇따른 콜업에 지친 모양새다.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붙잡지 않아 옵트아웃을 선언하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미국 내 타 팀 이적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레벨에서 보여준 것이 없는 황재균에 군침을 흘릴 팀은 많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KBO리그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황재균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미국으로 떠났다. 국내 복귀를 한다면 똑같이 FA 자격으로 테이블에 앉게 된다. 원소속팀 롯데는 물론, 지난 겨울 두 명의 FA를 영입해 더는 시장에 참가할 수 없는 삼성 제외 9개 구단 모두 협상이 가능하다.
# 황재균, kt의 약점 단번에 메울 퍼즐 조각
황재균이 한국으로 돌아올 경우 원소속팀 롯데가 가장 유력한 행선지이지만, 적극적으로 영입 의사를 타진할 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최하위'에 처진 kt다. 황재균이 미국 진출을 선언하기 전, kt는 롯데와 더불어 황재균 영입전의 유력 후보라는 소문이 돌았다. 실제로 kt가 협상 테이블을 차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kt는 올 시즌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지만 그 중에서도 3루는 가장 큰 약점이다. kt는 올 시즌 심우준(341⅓이닝)과 정현(159이닝), 오태곤(107이닝)을 3루수로 기용하고 있다. 그러나 심우준(타율 .239), 오태곤(.224), 정현(.206) 모두 방망이는 낙제점이다. 때문에 kt의 올 시즌 3루수 OPS(출루율+장타율)는 0.612로 리그 9위에 머물러 있다. '핫 코너'가 차갑게 식은 상태인 셈이다.
황재균의 가세는 단순히 3루 충원에만 그치지 않는다. 황재균은 지난해 롯데에서 127경기에 출장,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또한 2012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전 경기에 출장한 내구성도 일품이다. 2016시즌에는 4번타순에서도 제 역할을 다했다. kt의 최대 고민인 타선의 중심을 단번에 잡아줄 선수다.
김진욱 kt 감독은 27일 청주 한화전을 앞두고 "황재균은 어느 감독이든 탐낼 선수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 팀에 온다면 파괴력이 더욱 클 것이다. 매력 있다"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차원의 이야기지만, 같은날 송구홍 LG 단장이 "황재균 영입 의사 없다"라고 선을 그은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 '소극적인 투자 행보' kt, 달라질까
물론 kt가 황재균 영입전에 뛰어들 경우, 3루수 OPS 10위이자 원소속팀 롯데와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황재균이 미국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교감했다"라며 영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쩐의 전쟁'과 진심의 경쟁이 동시에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kt의 투자가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kt는 1군 진입을 앞두고 박경수와 박기혁, 김사율을 데려왔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이지만 '대어'급은 아니다. 2016시즌을 앞두고도 내부 FA 김상현을 눌러앉힌 뒤 유한준을 영입하는 데 그쳤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황재균, 우규민 등 준척급 선수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내부 FA 이진영을 잡는 데 그쳤다. 김진욱 감독이 "대형 3루수가 필요하다"라며 공언했고, 프런트도 통 큰 지원을 약속했던 행보와 상반됐다.
황재균이 KBO리그 행을 결정한다면 그의 몸값은 kt의 구단 기록(유한준, 4년 60억 원)을 무난히 깰 전망이다. NC 박석민이 최대 96억 원을 받았는데, 황재균 계약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쓴잔을 맛보고 돌아온 KIA 윤석민이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90억 원의 계약을 따낸 것도 참고 사례다. 미국에서의 부진이 한국 계약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전례를 남겼다.
물론 키는 황재균이 쥐고 있다. 황재균이 다시 한 번 눈물젖은 빵을 감내하겠다면 미국에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황재균이 귀국을 결심한다면, kt로서는 적극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kt로서는 적극적인 구애 없이 황재균 영입도 없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황재균은 지금 kt의 가장 큰 약점을 단번에 메울, 테트리스의 세로 막대기 조각과 같다. /kt 위즈 담당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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