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개봉] 김수현의 '리얼'vs이제훈의 '박열', 파격변신의 맞대결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6.28 06: 20

김수현과 이제훈, 두 배우의 파격 변신을 담은 영화가 맞붙는다. '리얼'(이사랑 감독)', '박열'(이준익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남자 배우의 파격 변신을 담았다는 것 외에도 영화계를 대표하는 거장 이준익 감독과 생애 첫 연출작을 선보이는 신예 이사랑 감독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높인다. 액션 느와르와 역사극, 완전히 다른 장르로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마친 '리얼'과 '박열'의 대결에선 누가 웃을까. 
#'리얼', 문제작 혹은 괴작의 탄생 
줄거리: 카지노 시에스타를 오픈하며 성공의 정점에 이른 야심가 장태영(김수현) 앞에 암흑가의 대부 조원근(성동일)이 카지노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나타난다. 조원근 때문에 카지노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장태영은 목을 죄는 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자를 찾아 나선다. 

어느 날 장태영 앞에 이름뿐만 아니라 생김새마저 똑같은 의문의 투자자(김수현)가 나타나 자금은 물론, 조원근까지 해결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의문의 투자자의 등장으로 조원근과 카지노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되고, 똑같은 얼굴과 이름을 둘러싼 거대한 비밀과 음모의 정체가 드러난다.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에 돌아오는 김수현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리얼'은 김수현의, 김수현을 위한,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 원톱 영화'다. 김수현은 1인 3역, 혹은 4역에 가까운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리얼'의 처음부터 끝까지 충실하게 이끈다. 섹시하고, 거칠고, 때로는 미스터리한 김수현의 모든 것을 보기 위한 관객이라면 필람해야 할 영화다. 노출부터 베드신, 마약 중독까지 놀라운 수위의 연기를 소화해낸 설리의 파격 변신에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이 영화를 위해 수없이 많은 준비를 했다는 김수현의 노력은 산으로 간 스토리 속에 빛이 바랬다. 조우진, 이성민, 이경영 등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들이 중심을 잡으려 노력했지만 갈지자 스토리를 막을 길은 없어보였다. 액션 느와르를 표방했으나 얼굴과 이름이 같은 두 남자의 심리극에 가깝고, 그마저도 기괴한 스토리 속에 길을 잃었다. 137분간 '리얼'의 스토리를 종잡기란 힘들다. 마약과 정욕에 취해있는 영화 속 인물들처럼, 스토리 역시 무언가에 취한듯 어지럽기만 하다. 시사 이후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괴작, 혹은 문제작의 탄생이다. 
#'박열', 웃음으로 시대에 날리는 한방 
줄거리: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퍼진 괴소문으로 6천여 명의 무고한 조선인이 학살된다.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관심을 돌릴 화젯거리가 필요했던 일본내각은 '불령사'를 조직해 항일운동을 하던 조선 청년 박열(이제훈)을 대역 사건의 배후로 지목한다. 일본의 계략을 눈치챈 박열은 동지이자 연인인 가네코 후미코(최희서)와 함께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 계획을 자백하고, 사형까지 무릅쓴 역사적인 재판을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를 그린 작품은 늘 어두워야 하는가. 이준익 감독은 '박열'을 통해 위트와 해학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몸소 선보인다. '박열'은 우리가 몰랐던, 혹은 잊고 있었던 박열이라는 인물의 삶 중에서 박열이 대역죄로 형무소에 갇힌 뒤, 재판을 받고 형을 선고받는, 그의 인생 중 극히 한 조각을 따라가는 영화다. 독립투사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들이 보통 지나치게 비장한 것과는 달리 '박열'은 경쾌한 리듬으로 인물을 그려낸다. 
말간 얼굴의 이제훈을 '박열'에서 찾아보기란 어렵다. 양반의 가랑이 아래에서 오줌을 맞는 '개새끼'지만, 똑같이 양반의 다리에 오줌을 갈기는 '개새끼'같은 박열이 된 이제훈의 변신은 성공적이다. 이제훈의 가슴 속 '불덩이'를 알아본 이준익 감독의 캐스팅과 피, 땀, 눈물로 완성된 이제훈의 연기로 박열은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박열 역의 이제훈만큼이나 가네코 후미코 역의 최희서, 다테마스 역의 김준한 역시 새로운 발견이다. /mari@osen.co.kr
[사진] 각 영화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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