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기다리던 외국인 거포의 위용을 보여줬다. 삼성의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가 73일 만에 탈꼴찌 탈출의 선봉장이 됐다.
러프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역전 스리런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2-2 동점인 6회 LG 선발 차우찬 상대로 대포를 가동해 경기 흐름을 가져왔다. 특히 앞서 2차례 맞대결에서 14⅓이닝 1득점 수모를 당한 차우찬에게 5실점을 안기며 강판시키는 홈런포였다. 삼성은 10-3으로 승리하며 4월 9일 10위로 추락한 이후 처음으로 최하위에서 탈출했다.
러프는 4월 한 때 1할대 타율로 부진하자 퇴출 위기에 몰리며 2군에 내려가기도 했다. 부진, 2군행, 퇴출의 수순을 밟으리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2군에서 심기일전의 시간을 보낸 후 180도 달라졌다.
5월 2일 1군에 복귀한 러프는 이후 41경기에서 타율 3할4푼8리 10홈런 45타점을 기록 중이다. 매 경기 1타점 이상이다. 이 기간 KBO리그에서 러프보다 많은 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다. 최근 3경기 8홈런 14타점의 괴력을 발휘한 로사리오(한화)가 41경기 41타점으로 2위다.
러프는 올 시즌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 2할5푼9리로 기대 이하 수준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타율이 3할3푼으로 껑충 올라간다. 득점권에 주자가 나가 있으면 집중력이 더 높아져 타율 3할4푼9리를 기록하고 있다. 해결사가 따로 없다.
어느새 시즌 타점도 50타점 고지에 오르며 부문 공동 6위까지 올라갔다. 시즌 타율 2할9푼3리인 러프, 50타점 이상 기록한 타자 중 타율은 가장 낮지만, 안타 대비 타점은 가장 뛰어나다. 그만큼 찬스에서 해결사 노릇을 잘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KBO리그 투수들에게 완전히 적응한 모습이다.
LG전에서 나온 홈런은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차우찬의 주무기 커브(111km)를 받아쳐 좌중간 펜스를 넘겼다. 차우찬 상대로 8타수 무안타 끝에 9번째 타석에서 뽑아낸 장쾌한 홈런이었다. 스트라이크존 낮은 쪽으로 떨어지는 공으로 실투도 아니었다. 홈런을 확인한 차우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쉽게 납득하지 못할 정도였다.
러프는 경기 후 "2스트라이크 이후에 빠른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예상을 빗나간 느린 커브가 들어왔다. 최근 좋은 컨디션 덕분인지 대처가 잘 됐다"고 웃었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타율 4할5리(37타수 15안타) 14타점의 상승세다. 러프는 "요즘 강한 타구가 많이 나와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 컨디션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승리다. 10위를 탈출하고 한 단계 올라간 것처럼 앞으로 계속 승리해서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퇴출 위기를 딛고 든든한 해결사가 된 러프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순위 상승을 기대할 만 하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