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FA’ 홈런왕 최정, 두 번째 대박도 보인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2 05: 52

“타격왕은 포드를 타고, 홈런왕은 캐딜락을 탄다”
캐딜락과 포드에 대한 시대적 정의가 조금 달라졌을 수는 있겠지만 이 오래된 메이저리그(MLB)의 격언은 결국 야구의 꽃은 홈런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2년 연속 홈런왕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최정도 포드에서 캐딜락으로 차를 갈아탈 때가 됐을지 모른다.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향한 길이 밟기 좋게 뻥 뚫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생애 첫 40홈런을 치며 에릭 테임즈(당시 NC·현 밀워키)와 공동 홈런왕에 오른 최정은 올해도 홈런왕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21일까지 63경기에서 24개의 대포를 날려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홈런왕이 되겠다는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변화를 준 것은 아니었는데 지난해를 통해 완전히 홈런에 눈을 뜬 모습이다. 바야흐로 전성기를 열어젖힌 느낌이다.

최정은 21일까지 리그 홈런·타점·장타율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권과의 격차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 최고 기록을 쓰며 3관왕에 도전할 만한 추세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도 1.091로 최형우(KIA·1.093)에 아주 근소하게 뒤진 리그 2위다. 득점권 타율도 3할8푼으로 지금까지는 해결사 몫 또한 잘해주고 있다. 모두 최정에게 원했던 그 그림이다.
최정은 이미 한 차례 FA 대박을 터뜨렸다. 2015년을 앞두고 SK와 4년 총액 86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지금은 몇몇 선수들이 차례로 경신했으나 당시까지만 해도 FA 역사상 최고 금액이었다. 그런 최정은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는다. 두 번째 대박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최정은 2015년 부상에 시달리며 81경기 출전에 그쳤다. 당시 등록일수는 129일로 한 시즌 충족 기준은 145일에 못 미친다. FA 자격 행사가 1년 늦춰질 판이었다. 최정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최정에게는 저축을 해놓은 등록일수가 있었다. 바로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얻은 혜택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국가대표팀 출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대회 출전 기간을 등록일수로 환산해 부여하고 있다. 2009년 WBC 기간은 총 40일이었다.
KBO의 한 관계자는 “최정은 2009년 WBC에 출전했던 혜택을 사용하지 않고도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라면서 “이는 두 번째 FA에도 적용될 수 있다. 당시 WBC 40일을 2015년에 가산하면 한 시즌이 충족이 된다. 올해와 내년 등록일수를 채운다는 가정 하에 2018년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재취득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FA 취득까지 시간은 조금 남아있지만 기대감은 커진다. 1987년생인 최정은 2019년 만 32세가 된다. 만 32세부터 만 35세를 아우르는 계약인데 지금의 최정이라면 충분히 좋은 기량을 이어갈 수 있다. 다소 하락세였던 수비에서도 올해는 갈수록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을 선보인다. 최정은 63경기에서 단 3개의 실책을 범했다. 강한 어깨는 건재하고 포구의 안정감이 확실히 달라졌다. 신체적인 노쇠화가 아직은 찾아오지 않았다는 증거다.
당시에도 가치가 높았던 최정이지만 4년 사이 뛰어오른 FA 시장의 ‘평균가’와 홈런왕에 대한 메리트, 그리고 팀의 상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또 한 번의 대형 계약이 예상된다. 4년 전 계약(86억 원) 이상의 금액이 가능하다는 추측은 비합리적이지는 않다. KBO FA 역사상 공식적으로 80억 이상의 계약을 두 번이나 따낸 선수는 아직 없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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