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인터뷰] '은퇴' 이양기, "15년간 한화라서 행복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22 05: 53

"15년을 한화에서 뛴 자부심이 큽니다". 
한화 외야수 이양기(36)가 현역 은퇴를 결심했다. 한화는 지난 21일 KBO에 이양기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그가 비운 자리는 육성선수 내야수 김태연(20)이 정식선수로 전환 등록됐다. 지난 2003년 한화에 입단한 뒤 올해 15년차가 된 이양기는 웨이버 공시와 함께 선수로서 유니폼을 벗기로 했다. 
1군 통산 성적은 326경기 타율 2할6푼1리 180안타 6홈런 75타점. 화려한 성적은 아니지만 2011년부터 대타 요원으로 1군에 이름을 알렸다. 그해 8월5일 잠실 LG전 8회 2사 후 벤자민 주키치의 퍼펙트를 막은 첫 안타, 9월25일 대전 롯데전 연장 11회 대타 끝내기 안타, 2013년 5월3일 대전 SK전 개구리 점프 안타, 같은 해 8월22일 대전 KIA전 상대 포수 차일목과 신경전 직후 분노의 홈런, 2016년 9월13일 대구 삼성전 697일만의 1군 복귀전에서 9회 2사 후 동점 3타점 2루타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 

스타플레이어는 아니어도 팀이 필요로 할 때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 2군 선수들에겐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의 전도사와 같았다. 친근한 성격으로 선후배들과 두루 잘 어울렸고, 구단으로부터도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았다. 그렇게 15년이란 세월을 한화 한 팀에서만 보냈다. 웨이버 공시가 되면 일주일 이내로 다른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을 수 있지만, 이양기는 15년을 함께한 '한화맨'으로 자부심을 갖고 은퇴한다. 다음은 그와 일문일답. 
- 웨이버 공시 소식은 언제 들었나. 
▲ 어제(20일) 들었다. 오늘(21일) 공식 통보를 받고 최종 결정됐다.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라 크게 아쉽진 않다. (어깨 등)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선수 생활은 여기서 그만하는 게 맞다. (다른 팀에서 연락이 오더라도) 안 할 것이다. 결심했다. 서산에서 짐 정리를 하고 인천 집에 올라왔는데 당분간 쉬면서 아내와 상의한 뒤 다음 계획을 정해야 할 듯하다. 곧 대전에 내려가서 구단과 선수단에 인사를 드릴 것이다. 
- 15년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는데 아쉽지 않나. 
▲ 시원섭섭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다. 몇 년 전부터 1년, 1년이 마지막이란 생각을 갖고 했다. 막상 그만두게 되니 시원섭섭하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통보를 받은 날 인천 집에 올라와 소주 한 잔 먹고 밤 11시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희한하게 잠이 안 오더라.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나더라. 
-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 나름 좋은 기억들이 있었지만 가장 생각나는 건 2003년 데뷔 첫 타석이다. 데뷔 첫 해 (2003년 9월6일 광주 무등) KIA전에 당시 투수였던 이강철 코치님에게 삼진을 먹었다. 첫 타석이라 아무 것도 안 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2005년 프로 첫 안타를 친 것도 떠오른다. (첫 안타는 지난 2005년 9월15일 대전 KIA전에서 8회 전병두에게 우전 안타로 장식했다). 
- 프로에서 15년 동안 선수 생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솔직히 말해 성적에 비해 야구 오래 했다. 1군보다 2군 생활이 길었고, 힘든 부분도 많았다. 그래도 성실하게 내가 해야 할 것에 집중했다. 열심히 하다 보니 2011년부터 1군에 뛸 수 있게 됐다. 야구를 잘한 건 아니지만 어느 자리에서든 성실하게 임하려 했고, 생각보다 오래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15년을 한화에서만 뛰었다. 한화란 어떤 존재인가. 
▲ 특별한 팀이다. 다른 건 몰라도 한 팀에서 오래 했다는 자부심은 있다. 예전부터 주변에서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것은 쉽지 않다'는 말을 듣곤 했다. 15년이란 긴 세월을 한화에서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나 혼자의 힘이 아니다. 어느 누구 한 사람 꼽기 어려울 만큼 여러 좋은 지도자들과 구단 관계자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고, 그동안 다들 정말 감사했다. 
- 주변 사람들은 은퇴한 것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 
▲ 웨이버 공시 소식이 나간 이후 생각보다 정말 많은 연락이 왔다. 다들 '고생했다'고 격려해주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다른 누구보다 어머니가 뒷바라지를 열심히 해주셨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들었는데 어머니 홀로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 어머니 덕분에 지금까지 이렇게 야구할 수 있었다. 
- 그동안 응원해준 한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한화 팬분들은 정말 최고의 응원을 해주셨다. 팀 성적이 나지 않았는데도 항상 응원을 해주신 팬들에게는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인지 한화팬들과 함께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한 것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가장 아쉽다. 
-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진로와 계획이 있다면. 
▲ 선수로서 크게 되진 못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뛰었고, 경험을 많이 쌓았다. 앞으로 진로는 지도자 쪽으로 생각하고 있다. 나름대로 지도자 공부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지도자로 돌아오고 싶다. 선수 때 한 번도 못한 우승, 지도자가 되어선 해봐야 하지 않겠나.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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