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맥스 슈어저(33·워싱턴)의 생애 세 번째 노히터 경기가 아웃카운트 네 개를 남겨두고 무산됐다.
슈어저는 22일(이하 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말린스 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⅓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는 역투로 노히터를 노렸으나 8회 1사 후 엘리스에게 내야안타를 맞고 꿈이 깨졌다. 그 전까지는 사사구만 2개를 기록했고 탈삼진은 무려 11개였다.
슈어저의 노히터 도전은 2015년 두 차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종전 MLB 역사상 세 번 이상의 노히터 경기를 기록한 선수는 단 3명 뿐이었다. 놀란 라이언이 7회, 샌디 쿠팩스가 4회, 밥 펠러가 3회 기록했는데 슈어저는 이 대열의 합류를 다음으로 미뤘다.
다만 슈어저는 6경기 연속 10탈삼진 이상 행진은 이어갔다. 이는 1997년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내셔널스/엑스포스 프랜차이즈 최다 기록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14경기에서 8승4패 평균자책점 2.26을 기록, 여전히 특급투수다운 위용을 선보이고 있었던 슈어저는 이날 마이애미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위력적인 구위는 물론 제구까지 잘 되며 마이애미를 철저히 봉쇄했다. 강력한 패스트볼은 물론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모든 구종이 다 통했다. 사실 투구수가 다소 많았으나 철완을 과시하는 듯 구위 저하 없이 종반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1회 2사 후 옐리치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체인지업이 살짝 빗나가면서 준 볼넷이었는데, 이것이 이날의 마지막 피출루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대신 1회부터 탈삼진 쇼가 벌어졌다. 고든, 스탠튼, 오수나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회에는 1사 후 디트리치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했으나 역시 나머지 세 타자를 삼진으로 잠재웠다.
순항하던 슈어저는 4회 이후로는 탈삼진이 줄었으나 대신 정타를 허용하지 않으며 아웃카운트를 잡아갔다. 워싱턴 타선도 5회 라번의 홈런으로 1점을 내는 데 그쳤으나 대신 수비에서는 철통같은 모습으로 슈어저를 지원했다. 슈어저는 6회 대타 이치로와 고든을 2루수 땅볼로 잡았고 스탠튼을 다시 삼진 처리하고 기세를 올렸다.
7회에도 옐리치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호조를 이어간 끝에 삼자범퇴로 정리했다. 7회에도 빠른 공은 최고 97마일(156㎞)이 찍혔다. 7회까지 투구수는 98개였다. 점수차도 빡빡했다. 하지만 노히터가 걸려 있는 상황, 워싱턴 불펜의 불안을 고려하면 슈어저의 노히터 도전은 확실했다.
8회 팀이 기회에서도 득점을 내지 못해 1-0의 아슬아슬한 리드가 이어진 가운데 슈어저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디트리치를 체인지업으로 삼진 처리하고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엘리스라는 복병을 만났다. 엘리스가 친 공은 슈어저의 머리 위로 갔다. 슈어저가 이를 잡아내려고 했으나 오히려 굴절됐고, 대시한 유격수 터너도 이를 한 번에 잡아내지 못해 결국 내야안타가 됐다. 사실 슈어저가 건드리지 않았다면 오히려 내야수들이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는 타구라 더 아쉬웠다.
흔들린 슈어저는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2사 후 수비 실책이 나오며 이닝이 정리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1루수 린드의 포구 실책이 나왔다. 2사 1,3루 위기에 몰린 슈어저는 고든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만루에 몰렸다. 여기서 스탠튼을 상대한 슈어저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폭투가 나오며 허무하게 1점을 잃었다.
이미 115구를 넘긴 상황에서도 97마일을 던지는 등 혼신의 역투를 펼쳤으나 결과물이 시원치 않았다. 이어 스탠튼에게 좌전 안타를 맞고 오히려 패전 요건을 떠안았다. 슈어저는 8회까지 121구를 던지며 2피안타 3사사구 11탈삼진 2실점(비자책) 호투를 펼쳤으나 시즌 9승 달성은커녕 패전만 안았다. 7이닝 이상 노히터 경기를 펼친 선수가 패전을 기록한 것은 2009년 8월 제임스 쉴즈 이후 슈어저가 처음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