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해리빅버튼 “러시아 관객 떼창, 온몸에 소름”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6.21 12: 57

[OSEN=김관명기자] 지난 3월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 열렸던 대한민국 하드록밴드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의 투어 공연.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에 처음 온 한국 록밴드의 노래를 이들 러시아 관객이 어떻게 알았는지 일일이 떼창을 한 것. 리더 이성수는 “처음에는 입만 벙긋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히 발음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믿겨지지 않는 일은 또 있었다. 앞서 지난 2월 아마추어 밴드 5팀이 모여 해리빅버튼의 음악을 연주하는 트리뷰트 공연을 가진 것. 지난 2011년 결성, 올해 ‘고작’ 7년차가 된 밴드에게 ‘트리뷰트, 헌정’ 공연이라니. 그만큼 이들의 인기가 전국구였고, 이들의 곡이 아마추어 밴드들에게 일종의 교과서적 영감을 줬다는 얘기다. 이성수의 회상이 또 이어진다. “30,40년 된 밴드도 아니고 이제 7년차인 우리에게 헌정 공연이라니? 한마디로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해리빅버튼을 만났다. 지난 5월30일 정규 2집 ‘Man Of Spirit‘을 낸 이들이다. 앨범 크레딧에 등장한 멤버는 보컬 & 기타의 이성수, 드럼의 김태기, 베이스의 백요셉. 멤버 사정상 인터뷰는 이성수만 했다. 이성수는 이미 전설이 된 밴드 크래쉬(Crash)의 1997년 3집 ‘Experimental State Of Fear‘에 참여하고 98년 스푼(sPoON)에서 활동한 관록의 기타리스트. 그가 주축이 돼 2011년 결성한 밴드가 바로 해리빅버튼이고, 이때부터 ‘8기통 머슬카’를 닮은 그의 숨은 보컬실력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팀명 ‘해리 빅 버튼’은 큼직한 버튼이 달린 빈티지 카스트레오를 뜻한다고 한다.

우선 해리빅버튼의 디스코그래피와 이력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 2011년 8월 데뷔싱글 ‘Hard N Loud’(Fxxx You Very Much, Angry Face, Stand For You) : 이성수, 박주영(베이스), 최보경(드럼)
= 2012년 10월 KBS ‘톱밴드2’ 출연 : 핑크 플로이드 ‘Another Brick In The Wall’ 무대. ‘시청자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밴드’ 1위 선정. cf. 우승은 피아
= 2012년 10월 1집 ‘King’s Life’(Angry Face, Stand For You, King’s Life, TV Show, Fxxx You Very Much, Desire, Everything Is Fine Except Money, 어항속의 고래, Rock You Very Much) : 발매 이틀 후 이성수가 교통사고로 중상,. 활동 중단
= 2013년 7월 싱글 ‘Control’
= 2014년 4월 EP ‘Perfect Storm’(Trust Game, Coffee Cigarette And Rock N Roll, Control, Circle Pit, Perfect Storm) : 이성수, 닐 스미스(베이스), 강대희(드럼)
= 2015년 7월 싱글 ‘Social Network’ : 이성수, 닐 스미스(베이스), 김태기(드럼)
= 2015년 12월 싱글 ‘Man Of Spirit’
= 2016년 5월 콜라보 프로젝트 싱글 ‘Make My Day’(with 가리온)
= 2017년 2월 전국 아마추어 밴드들의 해리빅버튼 트리뷰트 공연
= 2017년 3월 러시아 투어
= 2017년 5월30일 2집 ‘Man Of Spirit’(Man Of Spirit, SOS(Save Our Souls), Contamination, Drifter, Social Network, Fun is Fun and Done is Done, Trust Game, Circle Pit, Coffee Cigarette and Rock N Roll, Control, Perfect Storm) : 이성수, 백요셉(베이스), 김태기(드럼)
= 2017년 6월2일 2집 발매 콘서트 : 게스트 크라잉넛, 스타킬러스(The StarKillers)
= 이번 2집, 정말 굉장하더라. 보컬과 연주의 에너지감과 리듬감, 펀치력이 장난 아니다. 올해 들은 가장 파워풀한 앨범이었다. 특히 ‘Man Of Spirit’, ‘Fun is Fun and Done is Done’이 좋았다. ‘Fun is..’는 왠지 개인적으로 인생곡이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잘 들어주셨다니 다행이다.”
= 묻고 싶은 게 많다. 우선, 러시아 관객 떼창 이야기는 뭔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처음 간 러시아였다. 비공식 공연까지 포함해 총 6회 공연을 한 투어였다. 블라디보스토크 공연을 마치고 비행기로 1시간40분 떨어진 하바롭스크로 이동, 공연을 시작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관객도 우리를 처음 봤을텐데 입을 벙긋벙긋 하는 게 아닌가. 연주를 하면서 자세히 눈을 맞춰보니 가사를 완벽히 외워서 따라부르더라.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런 교감이 이뤄졌다는 것이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
= 다큐멘터리 음악영화 ‘서칭 포 슈가맨’의 한 장면 같다. 어떤 노래를 따라불렀나.
“‘Angry Face’, ‘King’s Life’ 같은 곡들이었다.”
= 러시아 투어는 어떻게 성사됐나.
“몇년 전 러시아 밴드가 에이전시를 통해 이메일을 보내왔다.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느냐?’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뮤콘이나 잔다리(페스티벌)에 신청을 해봐라. 오면 내가 기획해서 잡아주겠다고 답장을 했다. 실제로 그 밴드가 한국에 와서 공연을 했는데 알고보니 블라디보스크에서 주로 활동하는 밴드였다. 그 밴드 매니저가 ‘하바롭스크에서 열리는 FNR페스티벌에 당신 밴드를 소개했더니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그러더라. 당시 2집 믹싱 작업중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주말에만 2차례 공연을 하기로 했지만 블라디보스토크 공연 프로모터로부터도 요청이 와 8일간 투어 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 러시아에는 또 가나.
“그러찮아도 러시아 관객들이 언제 다시 올거냐고 물어보더라. 음악 하는 친구들은 이메일로 ‘어떻게 그런 기타 톤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최근 2집 쇼케이스에서 하바롭스크 투어 때 함께 무대에 오른 밴드(스타킬러스)가 게스트로 참여했는데 이 친구들이 투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러시아 5개 도시를 투어하는 공연으로, 아마 9월 정도에 성사될 것 같다. 알고보니 러시아가 정말 가까운 나라더라. 블라디보스토크 이 쪽은 비행기로 2시만에 갈 수 있다. 어쨌든 러시아 공연이 해리빅버튼의 또다른 발판이 될 것 같다.”
= 상황이 맞으면 같이 가보고 싶다.
“언제든 환영한다.”
= 앞서 2월에도 대단한 ‘사건’이 있었다. 아마추어 밴드들의 해리빅버튼 트리뷰트 공연이다.
“밴드를 하시는 변호사 한 분을 알고 있었는데, 이 분이 해리빅버튼 트리뷰트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고 그러셨다. 사실, 롤링홀 같은 곳에서 직장인 밴드나 학생 밴드가 공연을 하면 해리빅버튼 곡을 한 곡씩은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7년차가 된 밴드에게 트리뷰트 공연이라는 참으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영광을 누려도 되나 싶더라. 감동적이었다.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해주셨고, 힘도 많이 받았다. 참여한 밴드는 5팀이었다.”
= 이번 2집을 찬찬히 들어보니 그럴 만도 하겠더라. 5곡만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를 부탁드린다.
“첫 곡으로 ‘Man Of Spirit’을 들어보면 좋겠다. 이 곡은 깁슨의 레스폴 커스텀 기타로 연주했다. 깁슨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소리가 있다. 전체적으로는 세기말적인 느낌을 담으려 했다. ‘이렇게 이 사회가 끝나가는구나’ 이런 느낌 말이다. 지금의 현실이 영화 ‘매드맥스’가 그린 암울한 미래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이 그럴지라도 우리는 정신차리고 깨어있지 않으면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 안그러면 함께 소멸할 것 같으니까. 한마디로 강한 영혼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곡은 만들 때도 녹음할 때도 내 안에 있는 영혼까지 끄집어내려 노력했다. 나중에 샤우팅할 때는 산소가 부족하기까지 했다(웃음).”
= 앨범 재킷은 이번에도 직접 디자인했나.
“그렇다. ‘Man Of Spirit’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3D 프로그램을 거의 10년만에 써보니 메뉴도 다 까먹었더라. 어쨌든 두꺼운 철판을 뚫고 나오려는 그 어떤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
= 그런 힘을 표현하기 위해 ‘HARRYBIGBUTTON’을 양각으로 표현했다면, ‘MAN OF SPIRIT’은 왜 음각으로 표현했나. 볼펜자국처럼 옴폭 들어갔다.
“그것마저 엠보싱이라면 너무 일방적이지 않을까. 나온 게 있으면 한쪽은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 오호. 그런 깊은 뜻이... 다음 곡도 들어보자.
“2번트랙 ‘SOS(Save Our Souls)’다. 처음 나오는 ‘삐삐삐 삐이-삐이-삐이 삐삐삐’는 모스부호의 조난신호다.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국회 필리버스터를 TV로 지켜보면서, ‘앞으로는 개인 정보들이 국가에 의해 컨트롤되겠구나’ 싶었다. 그러면 우리는 안들키게 서로 소통을 해야 하는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해봤다. 모스부호로 얘기해야 하나 싶더라.”
= 영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영어가사 발음이 죽여준다.
“하하. 사실 소통하는데 큰 지장은 없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래도 어휘력이 딸리는 게 사실이다. 영어 가사를 즐겨 쓰는 것은 특별한 이유는 없고, 좋은 문장이나 단어가 영어로 떠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걸 한글로 바꾸면 오히려 의미전달이 어려울 때가 있다. 어쨌든 이 곡을 비롯해 이번 앨범은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만큼 사운드에 큰 신경을 썼다.”
= 보도자료에 따르면 3번트랙 ‘Contamination’은 증오범죄, 혐오폭력, 악플러 등으로 오염된 우리 사회를 비판한 노래라고 한다.
“맞다. 자기 잘못에는 관대하고 남의 작은 흠 하나에는 그 사람을 벼랑까지 몰고 가는 그런 세태에 호통을 치고 싶었다. 사운드적으로는 사이키델릭하고 인더스트리얼 느낌을 내려 보컬에 과도하게 이펙터를 썼다. 사람들이 어느 나라 말인지 궁금해 하시는데 사실 우리말을 백워드 마스킹한 것이다.”
= 2곡만 더 들어보자.
“4번트랙 ‘Drifter’는 데이비드 보위(2015년 12월28일 사망)와 프린스(2016년 4월21일 사망) 추도곡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들은 내가 10대 예민했던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뮤지션이다. 그들이 살아왔던 아티스트로서 행보와 표현하는 방식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이들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슬펐다. 그들이 있고 없는 것의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마치 내가 표류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곡 제목이 ‘Drifter’가 됐다.”
= 그래서 그런지 보컬이 마치 데이비드 보위처럼 들린다.
“그 사람의 목소리 카리스마가 너무 멋있었다. 이렇게 멋있는 사람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싶다. 프린스야 워낙 변화무쌍한 아티스트이고. 마지막으로 함께 들어볼 곡은 6번트랙 ‘Fun in Fun and Done is Done’이다. 이 곡이 마음에 드셨다니 같이 들어보자(웃음).”
= 고맙다.
“이 곡 제목은 스티븐 킹의 ‘총알차 타기’(Riding The Bullet)에 등장한 구절이다. 주인공 어머니가 늘상 하던 말인데,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그저 즐겁게 살아라’ 이 정도 뜻이다. 안 좋은 일 있을 때 이 구절을 떠올리면 왠지 기분이 가벼워진다. 사운드적으로는 믹싱 상태가 전체 수록곡 중에서 가장 단단하게 이뤄진 곡이다.”
= 드럼비트가 상당히 댄서블하다. 공연 때 난리 나겠다.
“지난 쇼케이스 때 처음 연주했는데 (관객들이) 서로 뒤엉키고 난리도 아니었다.”   
= 뮤지션으로부터 직접 코멘터리를 들으니 곡 이해가 좀더 깊어진 것 같다. ‘Fun in Fun, Done is Done’. 이 말이 전하는 느낌이 좋다. 자,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 몇가지만 더 물어보자. 다른 어떤 밴드보다도 앨범 메이킹에 큰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어떤 이유나 계기가 있었나.
cf. 이성수가 프로듀싱한 해리빅버튼 1집 ‘King’s Life’는 국내 최고의 믹싱 엔지니어로 꼽히는 엠플러스 스튜디오의 오형석, 그리고 뮤즈, 니켈백, 그린데이 등 세계 정상급 밴드들의 마스터링을 전담해온 미국 뉴욕 스털링사운드 스튜디오의 테드 젠센이 참여했다. 앨범 아트도 이성수가 직접 디자인했다. 또한 2014년 4월에 나온 EP ‘Perfect Storm’은 역시 스털링사운드 스튜디오에서 푸파이터스의 명반 ‘Wasting Light’을 마스터링했던 조 라폴타의 손을 거쳤다. 이번 2집 역시 오형석의 믹싱과 조 라폴타의 마스터링을 거쳐 완성됐다.
"앨범은 무엇보다 사운드의 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크래쉬 때는 3집에만 참여했나. (당시 크래쉬 멤버는 보컬 및 베이스에 안홍찬, 드럼에 정용욱, 기타에 하재용과 이성수였다)
“데든(Deaden)에서 활동하다 크래쉬에 합류한 게 1집 발매 직후인 1994년 무렵이다. 이후 크래쉬 2집(1995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입대영장이 나와 일주일만에 입대했다. 2집 크레딧에 내 이름이 빠진 이유다. 하지만 2집 중 한 곡은 휴가 나와 참여했다.”  
= 그리고 크래쉬, 스푼 이후 해리빅버튼 결성까지 10년 정도가 빈다. 뭘 하며 지냈나.
“스푼에서 1년 정도 활동한 후 1999년에 영국으로 떠났다. 원래는 1년 정도 머물며 사운드 공부를 하고 돌아오려 했는데 엉뚱하게 그곳에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고, 내가 디자인한 결과물이 인정을 받아 제법 큰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스카웃됐다. 결국 5년을 런던에서 지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보니 모르는 후배들 뿐이고 동료 뮤지션들은 대부분 쉬고 있었다. 그래서 새 밴드 멤버를 구하는데 7년이나 걸렸다.”
= 왜 하필 영국으로 갔나.
“크래쉬 시절 영국에서 한달 머물며 작업을 한 적이 있다(크래쉬 3집은 영국의 전설적인 프로듀서 콜린 리처드슨이 참여했다). 일하는 방식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영국은 음악적으로 하드록의 원산지 아닌가.”
= 다시 밴드 활동을 할 때 조금 낯설었겠다. 밴드 신도 많이 바뀌었을테고.
“맞다. ‘톱밴드2’에 출연할 때는 아는 후배가 한 명도 없어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기만 했다. 그때 ‘아, 형님.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 반갑다’고 상냥하게 아는 체를 해준 후배가 바로 (장미여관의) 육중완이었다. ‘톱밴드2’를 통해 알게 된 피아와도 지금까지 친하게 지낸다.”
= 현재 멤버는 어떤 사람들인가.
“드러머 김태기는 어린 시절부터 알고지내던 1년 후배다. 데스메탈밴드인 네크로파거스, 볼트 등에서 활동한 실력파다. 해리빅버튼 앨범작업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지금까지 2년6개월 정도 함께 해오고 있다. 베이스는 새로 알아보고 있다.”
= 올해 계획은.
“7월8일까지 전국투어가 있다. 그리고 여름에는 아까 말한 대로 러시아 투어 준비를 할 것 같다.”
= 수고하셨다. 해리빅버튼 같은 밴드가 있어서 너무 좋다.
“수고하셨다. 자주 만나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다.”
/ kimkwmy@naver.com
사진=박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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