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비야누에바가 꿈꾸는 한화의 가을야구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18 05: 59

마운드 위에서는 전투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늘 동료들을 품는 넉넉함. '에이스'에게 필요한 요건을 카를로스 비야누에바(34)가 선보이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등판,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타선도 모처럼 힘을 내며 비야누에바를 도왔다. 한화가 9-1로 승리하며 비야누에바는 59일 만에 시즌 2승 고지에 올라섰다.
이날 경기 전까지 비야누에바는 '비야누헨진'이라고 불렸다. 저조한 득점 지원이 한화 시절 류현진(LA 다저스)를 연상케 한다는 의미였다. 한화는 비야누에바가 마운드를 지킨 46⅓이닝 동안 총 10득점, 9이닝당 평균 1.94점만을 지원해줬다. 경기당 1.25점만 지원해주는 흐름이었다. 평균으로만 따진다면, 비야누에바가 2점 이상 실점할 경우 패전투수가 될 수밖에 없는 야속한 득점지원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달랐다. 한화는 12안타 9득점으로 비야누에바를 확실히 도왔다. 2회 김원석이 3점 홈런을 때려내며 비야누에바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이어 6회에는 송광민과 윌린 로사리오가 백투백 홈런을 때려내며 리드를 벌렸다. 비야누에바가 받아본 적 없는 득점 지원을 이날 몰아서 해준 셈이었다. 비야누에바도 이에 응답했다. 비야누에바는 7이닝을 90로 막아내며 효율성을 뽐냈다. 특히 3회 이진영을 병살타로 돌려세웠을 때부터 5회 오태곤을 내야 땅볼로 잡아낼 때까지 10타자 연속 범타 처리. 타선이 마음 놓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수비 시간을 줄여줬다. 비록 탈삼진은 한 개뿐이었지만 맞혀잡는 투구 내용이 돋보였다.
경기 후 만난 비야누에바는 "내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야수들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59일 만에 거둔 승리.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의연했다. 그는 "승을 하려고 조바심을 낸 적 없다. 팀이 잘 하리라 믿었다. 내가 등판해서 내 역할을 다한다면 승리야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타선이 매일 열심히 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늘 믿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비야누에바는 탈삼진 1개에 그쳤다. 그러나 압도적인 땅볼 유도를 앞세워 kt 타선을 공략했다. 비야누에바는 "바로 그 부분이다. 땅볼을 유도하면 그 다음부터는 야수들의 몫이다. 나 혼자 잘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비야누에바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칼 같은 제구. 이날도 무사사구로 경기를 마감했고, 시즌 9경기서 9볼넷. 경기당 1볼넷만 내주고 있다. 비야누에바는 이에 대해 "야구에서 공짜로 베이스를 내주는 걸 가장 싫어한다.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초점을 맞춘다"라고 밝혔다.
비야누에바는 지난달 삼성과 벤치클리어링에 가담하며 왼 소지 부상을 당했다. 아직은 완벽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 그러나 비야누에바는 "온몸이 쑤시더라도 등판할 수 있다면 마운드에 오르는 게 내 역할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 시즌 비야누에바의 목표는 두 가지. 하나는 부상 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화의 가을 야구. 비야누에바는 "내 투구로 팀이 가을야구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라는 소망을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 다소 고독해보이지만 바라는 건 팀의 가을야구였다. 한화 선수단이 비야누에바에 전적인 신뢰를 보내는 이유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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