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2G 9홈런' 한화, 다이너마이트 재가동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17 20: 04

"홈런은 우리 팀 컬러였다. 하지만 이를 되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 이상군 한화 감독 대행의 이야기다. 한화는 두 경기에서 9홈런을 때려내는 위용을 과시했다. 이 대행의 말처럼 희미해졌던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부활인 걸까.
한화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9-1로 승리했다. 전날(16일) 타선이 폭발했지만 마운드의 부진으로 15-14 진땀승을 거둔 것과 대조되는 부분. 선발투수 비야누에바는 안정감을 뽐내며 59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시즌 2승째.
이날 한화는 적재적소에 터진 홈런 세 방을 앞세워 kt의 기세를 꺾었다. 전날 때려낸 6홈런을 더하면 두 경기서 9홈런. '올드 이글스' 팬들이 과거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경기 내용이었다.

한화는 전날 경기 전까지 63경기서 팀 홈런 43개로 리그 8위에 머물고 있었다. 그야말로 홈런 기근이었다. 그러나 전날 경기서는 홈런으로 kt 마운드를 맹폭했다. 시작은 김경언의 3점포였다. 이어 윌린 로사리오가 2회와 5회, 6회에 연달아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그러자 김경언도 6회 홈런을 때려냈다. 로사리오와 김경언의 백투백 홈런. 7회 다섯 번째 타석에 들어선 로사리오는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4연타석 홈런의 위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한화가 한 경기 6홈런을 쏘아올린 건 지난 2009년 4월 30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청주 LG전서 한화는 이범호의 홈런 세 방, 이도형, 신경현, 이여상의 홈런포로 6홈런을 달성한 바 있다. 이후 2969일만의 1경기 6홈런.
그러나 6홈런을 더했어도 홈런 순위는 여전히 8위였다. 그만큼 올 시즌의 홈런 가뭄이 심각했다. 한 번 불 붙은 한화 타선은 이날도 식지 않았다. 이번에는 김원석이 그 시작을 알렸다. 2사 1, 2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김원석은 정성곤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때려냈다. 김원석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한화는 3-0으로 먼저 앞서갔다.
한동안 잠잠하던 경기는 6회 요동쳤다. 선두 송광민이 포문을 열었다. 송광민은 정성곤에게 우전 솔로포를 뽑아냈다. 송광민의 시즌 5호포. 그러자 로사리오도 호응했다. 전날 4연타석 홈런을 때려냈던 로사리오는 정성곤 상대로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두 경기서 5홈런의 기염을 토했다.
두 경기서 홈런 아홉 개. 심상치않은 홈런 기세다. 한화는 전신 빙그레 시절이던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다이너마이트 타선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장종훈, 이강돈, 댄 로마이어, 제이 데이비스 등 거포들이 라인업에 드나들며 위용을 뽐냈다.
최근 그 빛은 조금씩 희미해졌다. 그렇다고 딱히 소총 부대도 아닌, 애매한 색깔이었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색깔을 잃은 시점과 한화의 암흑기는 묘하게 맞닿아있다.
이상군 한화 감독대행은 17일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홈런은 우리 팀 컬러였다. 하지만 이를 되찾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 같다"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비록 두 경기긴 하지만 한화 팬들로서는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기 충분했다. 5홈런을 때려낸 로사리오를 필두로 김경언, 김원석, 송광민까지. 걸리면 좌우 가리지 않고 담장을 넘겨버렸다. 거기에 '중심 타자' 김태균이 손등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라 더욱 무섭다.
이날 한화팬들은 kt위즈파크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개장 이래 최다 관중이 들어찼다. 한화 타선은 맹폭으로 팬들에게 화끈한 인사를 건넸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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