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였다.
개막 이후 숨죽였던 LG 타선이 최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는 강력한 마운드를 보유하고도 상대적으로 허약했던 타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운드를 이끌며 승승장구 모드로 돌입했다. 여름 승부에 돌입하면서 LG 타선에 대반전이 일어나고 있다.
LG 타선은 지난 16일 KIA와의 광주경기에서 홈런 2개 포함 장단 14안타를 몰아쳐 9점을 뽑아냈다. 선발과 불펜이 중반 이후 흔들리며 거센 추격을 받았지만 9-8로 승리했다. 마운드가 아닌 타격의 힘으로 3연승과 3위에 올라섰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뜨거운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모두 60개의 안타를 터트리며 49점을 올렸다. 경기당 12안타와 10점을 뽑았다. 더 이상 예전의 물방망이가 아니다. 상하위 타선이 고르게 터지고 있고 집중타와 빅이닝이 많아졌다.
공교롭게도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상으로 빠진 직후부터 타선이 살아나고 있다. 히메네스는 지난 2일 NC전에서 1루 베이스를 밟다가 왼 발목 부상을 당했다. 내측 인대손상으로 6주 진단이 나왔다. LG는 히메네스 없이 전반기를 치르는 위기 상황에 돌입했다.
그런데 3일부터 타선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후 11경기에서 타율 3할1푼1리(3위), 79득점(3위)을 올렸다. 경기당 7점이 넘는 득점력을 과시했다. 번번히 찬스에서 발목을 잡았던 병살타도 6개로 이 기간 중에 가장 적었다. 개막 이후 6월 2일까지 팀타율 2할7푼9리(6위), 경기당 4.27점(9위), 병살타 1위(58개)였던 타선이 사뭇 달라진 것이다.
이형종이 2군에서 복귀하면서 타선의 힘이 붙었고 히메네스 대신 3루수와 4번타자로 양석환도 11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에 그쳤지만 13타점을 몰아쳤다. 박용택은 3할7푼9리의 고타율로 꾸준히 활약하고 있고 채은성, 이천웅, 손주인, 김재율 등도 타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타율과 출루율도 급격한 상승 기류이다.
타격의 지표가 달라지자 승수도 달라졌다. 히메네스가 빠진 날부터 NC에게 이틀연속 패해 후유증을 겪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7승2패를 거두며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주중까지 3카드 연속 위닝시리즈에 성공했고 한때 흔들리던 5승 승률에서 벗어나 이제는 +5승 흑자 기조까지 유지하며 상승세에 올라있다.
오히려 히메네스의 이탈로 조성된 위기감이 타자들의 분발을 자극했다고 볼 수 있다. 훨씬 힘있고 응집력과 짜임새 있는 타선으로 바뀐 것이다. 가히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실감나는 LG표 반전의 방망이가 아닐 수 없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