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이 약점이 됐다. 상위권과 중위권 갈림길에 놓였던 두산 베어스가 결국 4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두산의 최고 장점은 탄탄한 선발진이었다. 더스틴 니퍼트(22승)-마이클 보우덴(18승)-장원준(15승)-유희관(15승)이 모두 15승 이상씩을 거두면서 70승을 합작했다. 이들의 활약에 팬들은 '판타스틱4'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올 시즌 '판타스틱4'는 초반부터 흔들렸다. 마이클 보우덴이 시즌 첫 등판을 앞두고 어깨 통증을 호소해서 전력에서 이탈했다. 4월 21일 복귀해 두 차례 경기에 나섰지만, 1패 평균자책점 7.11로 부진했고, 설상가상으로 어깨 통증이 재발하면서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MRI 검사 결과 어깨통증 증후군으로 판명됐고, 6월 말에서 7월초에 복귀하게 됐다.
보우덴이 이탈했지만, 남은 이들의 활약은 좋았다. 니퍼트는 10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7승을 거뒀고, 유희관이 6승, 장원준이 3승을 거뒀다. 비록 팀이 시즌 초반 타선의 침묵을 비롯해 불펜 난조로 후반 역전을 허용해 승수 쌓기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은 꾸준히 마운드에서 제 몫을 해줬다. 또한 올 시즌부터 5선발로 나섰던 함덕주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키며 보우덴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지난해 만큼의 화려함은 없지만, 꾸준함이 강점이었던 두산의 선발진이 최근 6경기 일제히 흔들렸다.
지난 10일 울산 롯데전에서 보우덴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이현호가 '임시 선발'로 나섰다. 이현호는 1회 홈런을 허용하는 등 다소 불안한 출발을 했고, 2회 실책이 이어지면서 결국 4실점(1자책)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이현호는 결국 다음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11일 선발 투수로 나섰던 장원준은 2회초 타자들의 3점 지원이 있었지만, 6회까지 6실점(3자책)을 하면서 결국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수비 실책이 영향이 있었지만, 홈런과 3루타 등 장타가 나오면서 실점이 나왔다.
2연패 속 두산은 13일부터 4위 LG와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3위였던 두산은 LG에 1.5경기 차로 추격을 당하고 있었다. 맞대결 승부에서 확실히 승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유희관은 6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4회까지 잘 막았지만, 5회 투런포를 허용한 부분이 뼈아팠다. 유희관은 2-4로 지고 있던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타자들이 8회말 5점을 몰아치면서 두산은 간신히 경기를 잡았다.
짜릿한 역전승에 분위기를 한껏 끌어 올릴 수 있는 상황. 14일 선발 투수로 니퍼트였다. 니퍼트는 최근 10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는 등 에이스로서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날 니퍼트는 2011년 KBO리그 데뷔 후 개인 최다 볼넷인 7개를 내주면서 6이닝 4실점으로 흔들려 패전을 떠안았다.
15일 등판한 5선발 함덕주도 앞선 경기에서 7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를 해 선발 투수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날은 집중타를 맞으면서 4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다. 결국 두산은 LG와의 주중 3연전을 1승 2패로 마치며 0.5경기 차로 쫓겼다.
16일 2위 NC와 맞붙었다. 이날 두산은 '루키' 이영하를 선발투수로 내보냈다. 이영하의 선발 데뷔전. 150km/h의 빠른 공을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을 펼쳤던 이영하는 이날 1회 1점을 줬지만 2,3회를 잘막았다. 그러나 4회 NC 타자들의 집중타에 고비를 넘지 못했고, 3⅔이닝 6실점으로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한 차례 로테이션이 돈 6경기 동안 두산 선발 투수들이 기록한 성적은 4패 평균자책점 8.00. 결국 3연패에 빠진 두산은 지난 5월 24일 이후 24일만에 4위로 떨어졌다.
두산은 17일 선발 투수로 장원준을 예고했다. 장원준은 통산 NC전에 12경기 나와 승패는 4승 4패였지만, 평균자책점 2.66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과연 장원준이 '킬러 본능'을 보여주면서 자신과 팀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장원준의 임무가 막중해졌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