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고, 뛰고' 김민혁, 바빴던 '차세대 4번타자'의 첫 발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6.17 05: 50

"뛰어야지 했는데, 다리가 풀렸어요." 두산 베어스의 '미래의 4번타자' 김민혁(21)의 첫 안타 순간은 상상했던 '폼'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김민혁은 지난 2015년 두산이 2차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전체 16위)로 뽑은 유망주다. 광주동성고 3학년 시절 15경기에서 타율 4할2푼9리 1홈런을 기록한 그는 장타율이 6할5푼3리에 달하는 거포 유망주였다. 두산은 김민혁을 지명하면서 김동주를 이을 차세대 우타 거포의 모습을 기대했다. 올 시즌 나선 퓨처스리그 40경기에서도 김민혁은 타율 3할7푼9리 10홈런 35타점 장타율 6할8푼9리로 유감없이 '거포 본능'을 발휘했다. 
입단 후 2년 동안 1군 콜업 없이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한 김민혁은 지난 5월 17일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 올라왔다. 20일 KIA전에서 대타로 1군 첫 타석에 섰다. 김민혁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결국 정용운에게 삼진으로 물러난 그는 이틀 뒤인 23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짧았지만 1군 경험은 김민혁의 성장 밑거름이 됐다. 1군 엔트리 말소 후 나선 퓨처스리그 17경기에서 김민혁은 타율 4할1푼, 6홈런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2군에서 기회를 기다리던 김민혁이 다시 1군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6월 15일. 허경민이 등 근육통으로 휴식 차원으로 1군 엔트리에 빠지면서 기회를 받게 됐다. 이번에는 빠르게 기회가 왔다. 15일 LG전에서 8회 에반스의 타석에 들어서면서 김민혁의 자신의 1군 두번째 타석을 소화했다. 결과는 삼구 삼진. 비록 한 달전 첫 타석과 결과는 같았지만, 김민혁의 스윙은 훨씬 더 자신감이 넘쳤다.
김민혁 자신도 "첫 번째 타석에는 정말 떨렸는데, 이번에는 떨리지 않았다. 자신있게 내 스윙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데뷔 후 두 번의 타석에서 당한 삼진 두 개는 김민혁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김민혁은 세 번째 타석에서 기다리던 첫 안타를 치는 데 성공했다.
2-10으로 크게 뒤지고 있던 8회말 김민혁은 선두타자 오재일을 대신해 타석에 섰다. NC의 투수는 최금강. 김민혁은 파울과 헛스윙으로 2스트라이크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렸다. 그리고 3구째 최금강의 체인지업을 받아쳤고 타구는 2루수 옆을 지나는 중전 안타가 됐다. 김민혁의 데뷔 첫 안타.
꿈꿔왔던 멋진 순간. 타구가 빠진 것을 확인한 김민혁은 갑자기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나 1루에 안착했지만, NC 중견수 김준완의 송구가 1루 옆으로 빠지면서 숨 고를 틈 없이 2루로 내달렸다. 2루에 안착한 김민혁은 이후 최주환과 민병헌의 연속 안타가 나오면서 득점까지 올렸다. 비록 9회 병살타로 아쉬움을 삼켰지만, 김민혁에게 이날 경기는 1군 첫 안타를 기록한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경기를 마친 뒤 김민혁은 "8회에 대타로 나가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나가게 됐다. 앞선 두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만큼, 오늘은 아니겠지 했는데, 지난 번보다 공이 잘 보이고 마음도 편했다"라고 첫 안타 순간을 떠올렸다.
비록 마음이 편하다고 했지만, 1군 세 번째 타석이었던 만큼, 긴장감은 남아있었다. 안타의 순간 넘어진 것에 대해서 "안타를 보고 뛰어야지 했는지, 갑자기 넘어졌다. 드디어 안타가 나왔다는 생각에 다리가 풀린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김민혁에 대해서 "좋은 타격 자질을 갖추고 있다. 미래의 4번타자 감"이라고 기대했다. 김민혁은 "감독님께서 기대를 해주신 만큼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겠다. 다른 상황에 신경쓰기보다는 투수를 상대로 내 스윙을 하면서 내 야구를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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