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드라마를 써도 이보다 파란만장할 수 있을까. 윤영삼(25·넥센)의 인생투구가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넥센은 15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8차전에서 8-9로 패했다. 신재영이 오른손 중지 물집으로 4회 조기 강판당한 영향이 컸다. 믿었던 ‘구원왕’ 김세현마저 6실점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넥센은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 5회 마운드에 오른 윤영삼이 친정팀 NC 타선을 상대로 4이닝 3피안타 2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기 때문이다. 이런 선수가 1군 등판 경험이 겨우 두 번째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다. 윤영삼을 만나 눈물겨운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 2011년 2라운드 13순위로 삼성에 지명됐다. 열심히 운동했지만 삼성에서 1군 데뷔는 못했는데?
▲ 당시 삼성에 안지만, 윤성환, 임창용, 오승환 등 엄청난 형들이 버티고 있었다. 삼성시절에는 1군에 올라갈 생각도 하지 못했다.
- 1군에서 3년 만에 처음 던졌다. 기분이 어땠나?
▲ 너무 떨렸다. 2014년 데뷔전이 생각났다. 당시와 상황이 비슷했다. 스스로 즐기자고 생각했다. 그 때처럼 안 맞으려 제구에 신경을 썼다. ‘후회 없이 내 볼을 던지자’는 생각뿐이었다.
윤영삼은 2014년 5월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서 1군에 데뷔했다. 윤영삼은 문성현에 이어 친정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그는 4이닝 11피안타 3피홈런 6볼넷을 주며 12실점을 했다. 염경엽 감독은 12실점에도 불구 계속 윤영삼에게 마운드를 책임지도록 했다. 결국 하늘이 말렸다. 강우 콜드게임이 선언되면서 넥센이 5-24로 지면서 끝났다.
윤영삼이 다시 1군 무대에 서기까지는 무려 1136일이 걸렸다.
- 데뷔전 때 생각이 많이 났나?
▲ 2014년에 던지는데 바람도 불고 비도 엄청 왔다. 마운드에서 울 뻔했다. 야구인생에서 12실점은 처음이었다. 빗맞아도 안타가 되고, 잘 맞으면 넘어가더라.
테임즈는 진짜 던질 때가 없었다. 나중에 이호준 형도 홈런 쳐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나름 NC에서 왔는데 절대 봐주는 거 없었다. 다들 내 공을 쳐보겠다고 입맛을 다시고 들어왔다. 2군에서 경기할 때는 형들이 막 웃었다. 근데 1군에서는 되게 진지하게 쳤다. ‘아! 1군과 2군은 다르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 NC 선수들과 친한 것 같은데?
▲ NC 선수들이 계속 놀렸다. 마운드에 서 있는데 덕아웃에서 “어이 12실점”이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김준완, 임정호, 장현식 이런 형들이 계속 놀렸다. 김경문 감독을 쳐다보며 악을 품었다. NC 형들이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는데 답장 안했다. 하하. 워낙 친한 사이다. 내가 원래 김준완 형에게 약하다. 맨날 안타를 맞았는데 어제 처음 범타를 잡아봤다.
- 4이닝 무실점을 했다
▲ 들어가자마자 안타를 맞아서 (김)세현이 형에게 미안했다. 점수를 안 주려 했는데...
- 1군에서 처음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쉬움은 없나?
▲ 무실점을 한 것만 해도 감사하다.
- 3년 전과 달라진 점은?
▲ 딱히 없다. 어제는 운이 좋았다. 고척돔이 목동보다 넓어서 편했다. 월요일에 목동에서 2군 경기를 하고 왔다.
- 데뷔전도 그렇고 복귀전에서 친정팀 NC를 또 만났다.
▲ 2군에서도 NC와 많이 한다. NC와 진짜 뭐가 있는 것 같다. ‘즐기자’고 생각했다. 어제 던지고 축하메시지가 많이 왔다. 어제 너무 긴장했다. 솔직히 NC라 무서웠다. 다 내 공을 칠 것 같았다. 마운드에서 내려오니 힘이 풀려 온 몸에 알이 배겼다.
윤영삼의 야구인생은 어쩌면 지독하게 풀리지 않았다. 삼성에서 쟁쟁한 선배들에게 가려 기회가 없었다. NC에서도 2군만 전전했다. 2013년 넥센으로 이적해 이듬해 경찰청에 입대했는데 이번에는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수술을 받았다. 천신만고 끝에 재활에 성공한 윤영삼은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다.
- 군복무 후 야구를 다시 시작했는데?
▲ 제대 전에 팔꿈치 수술을 하면서 걱정을 많이 했다. 2015년 4월에 했다. 조상우와 같은 부위를 한 달 차이로 했다. 재활을 잘하고 점점 좋아졌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NC시절에도 2군에만 있었다. 원래 상무를 가려고 했는데 안됐다. 운전병으로 군대를 갈 준비를 했는데 2013년 넥센으로 이적하게 됐다. 2014년에 첫 등판을 하게 됐는데 NC전에서 12실점을 했다. 넥센에 와서 경찰청을 갈 수 있었다. 군대에 간 것이 신의 한 수 였다.
- 팔꿈치는 어쩌다 다쳤나?
▲ 윈터리그서 통증을 느꼈는데 인대가 끊어졌다고 하더라. 그 때 이후에 다 내려놨다. 넥센에 와서 나이트 코치와 연습을 많이 하면서 나아졌다.
- 앞으로 보완할 점은?
▲ 아무래도 구속을 올려야 한다. 원래 수술 후에 구속이 잘 안 나왔다. 134km/h 정도 나왔다. 불펜에서 던지면서 좋아지는 단계다. 커브 같은 느린 변화구도 연마하겠다.
- 감독님이 볼끝이 좋다고 했다
▲ 진짜인가? 하하. 포수 동원이 형을 믿고 던졌다. 동원이 형이 후회 없이 던져보라고 하셨다. 나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던졌다.
- 올 시즌 목표가 있다면?
▲ 1군에서 오래 꾸준히 잘하는 것이 목표다. 2차 드래프트만 두 번을 했다. 올해도 다른 팀에 가는 줄 알았다. 하하. 넥센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넥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