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은(33·롯데)이 본의 아니게 투수 겸 4번 타자 ‘노타니’로 변신했다.
롯데는 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6차전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승리했다. 7위 롯데(29승 35패)는 4연패에 빠졌다.
경기 중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나왔다. 경기 전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내고, 1루수는 최준석이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독의 의도와 반대로 이대호가 1루수, 최준석이 지명타자로 선수명단이 제출됐다.
전광판에도 롯데가 제출한 명단이 그대로 나왔다. 1회초 이대호가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을 때만 하더라도 롯데는 잘못을 몰랐다. 1회말 롯데의 수비에서 최준석이 1루수를 보자 넥센 측이 이의를 제기했다. 그제야 문제점을 인식했다.
롯데 관계자는 “출전선수 명단제출과 공지에서 현장의 커뮤니케이션 실수가 있었다. 제출 명단에는 이대호가 1루수로 돼 있었다. 1루수 기용에서 지명타자로 바꾼 것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결국 롯데는 규정에 따라 지명타자 이대호를 제외하고 투수 노경은을 4번 타자로 올렸다. 노경은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투수와 4번 타자를 겸업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 이도류’ 노타니의 탄생이었다.
4회초 롯데의 공격이 3번 타자 최준석으로 시작했다. 브리검은 최준석을 고의사구로 보냈다. 처음으로 타석에 선 노경은은 번트를 시도했다. 1구는 실패했다. 2구 번트시도에서 노경은이 자신의 타구에 다리를 맞았다. 계속 번트를 시도하던 노경은은 4구 만에 삼진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들도 타석에 선다. 류현진은 자신의 경기에서 안타를 친 적도 많다. 다만 한국투수들은 타격훈련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어설픈 폼을 보인 ‘노타니’는 보내기 번트에도 실패했다. 설상가상 5번 타자 김상호가 병살타를 치면서 롯데의 공격은 무위에 그쳤다.
운명의 장난일까. 6회초 2사에서 최준석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노경은의 타석이었다. 한참을 뜸들이던 노경은은 드디어 타석에 섰다. 첫 타석과 달리 스윙을 할 기세였다. 관중석에서 팬들이 ‘노경은!’을 연호했다. 노경은은 2구에서 타격해 안타성 파울을 만들었다. 하지만 브리검의 변화구에 맥없이 헛스윙해 삼진을 먹었다.
노경은은 6이닝 무실점 후 7회 주자 두 명을 내보낸 뒤 마운드를 장시환에게 넘겼다. 하지만 장시환이 폭투와 안타로 2실점하면서 노경은의 승리도 날아갔다. 노경은의 2자책점으로 기록됐다.
팬들은 롯데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에 분노를 표하면서도 노경은의 호투와 타자 변신에 많은 박수를 보냈다. 팬들은 ‘노타니 쇼하니?’, ‘롯데가 메이저리그급 야구를 한다’ ‘조선의 4번 투수’ 등 수많은 수식어로 여러 반응을 보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타자로 변신한 노경은 / 넥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