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장원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입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장원삼이 정말 잘 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몸쪽 제구 능력이 아주 돋보인다. 구속은 빠른 편이 아니지만 제구력이 뛰어나 공략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게 김한수 감독의 평가.
지난해까지 현역 좌완 최다승을 기록한 장원삼은 지난달부터 계투 요원으로 전향했다. 낯설 법도 하지만 노련미 넘치는 투구로 마운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계투진 전향 후 10차례 마운드에 올라 1승 3홀드(평균 자책점 2.03)로 순항중이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 안팎에 불과하나 정확한 컨트롤과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을 바탕으로 확실한 필승 계투 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15일 포항 kt전을 앞두고 기자와 만난 장원삼은 "2006년 데뷔 후 지난해를 제외하고 계투 요원으로 뛴 적은 없었다. 간혹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등판한 게 전부였다. 낯설지는 않다. 이제 선발 마운드에 오르면 더 어색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달라진 루틴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장원삼은 "선발 투수는 등판일을 제외하면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지만 계투 요원은 1회부터 경기를 지켜보면서 언제든지 등판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긴장감의 연속이라고 할까. 집중력은 더욱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계투 요원만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위기 상황을 막아낸 뒤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짜릿함이 배가 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게 장원삼의 말이다.
장원삼에게 선발에 대한 아쉬움은 없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다. "캠프 때 부터 선발 준비를 했는데 너무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니까 어쩔 수 없다. 스스로 받아 들이고 이렇게 하다가 잘하면 다시 선발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코칭스태프에서 계투 요원으로 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면 그대로 해야 한다. 이왕 계투 요원으로 뛰게 됐으나 잘 하고 싶다".
계투진 전향 이후 후배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부쩍 늘어났다. 장원삼은 "계투진 가운데 최고참이다. 후배들을 잘 이끌어야 하는데 잘 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후배들과 심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안)지만(전 삼성 투수)이가 그런 역할을 잘했다. 후배들에게 상황에 따라 조언도 많이 해주고 큰 힘이 됐는데 이젠 지만이가 없으니 내가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른바 '장충 체육관'이라 불리는 장원삼과 최충연이 계투진에 가세한 뒤 삼성의 뒷심이 더욱 강해졌다. 이에 장원삼은 "타자들도 경기 후반 들어 집중력이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1~2점 지고 있어도 역전이 가능해졌다"고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삼성 왕조 시절 주연 역할을 맡았던 장원삼은 6월 대공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치고 올라가야 한다. 6월 대공세라는 기사를 봤는데 이제 더 처지면 큰 일 난다. 6~7월 격차를 최다한 좁혀 도약해야 한다"며 "슬슬 더워지니까 다들 힘을 내면서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선수들 모두 힘을 낸다면 기적을 이뤄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