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 던지면 밥값한 것 아닐까요." 두산 베어스가 16일 NC전 선발 투수로 이영하를 낙점했다.
두산은 시즌 초 마이클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 고원준, 김명신, 홍상삼, 박치국, 이현호 등이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나섰다. 그러나 타구에 맞아 부상당한 김명신을 제외하고, 모두 확실하게 선발 차리를 꿰차지 못했다. 보우덴이 6월말~7월초 복귀가 예정된 만큼, 김태형 감독은 지난 2016년 1차 지명 이영하에게 기회를 줬다.
이영하는 고교시절 '탈고교급' 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150km/h를 넘나드는 강력한 직구를 앞세워, 13경기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1.50으로 고교리그를 압도했다. 하지만 800구가 넘는 공을 던지면서 결국 팔꿈치에 탈이 생겼던 이영하는 입단 후 수술대에 올랐고, 지난해를 재활로 보냈다.
그리고 기나긴 재활의 끝, 지난 5월 19일 광주 KIA전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데뷔전서 첫 타자에게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삼진을 두 개나 뽑아내는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올 시즌 7경기에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4.00으로 팀 불펜 한 축을 담당했다. 특히 고교시절 보여줬던 150km/h 대의 빠른 공을 앞세워 배짱 넘치는 투구를 펼쳐 9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뽑아내는 능력도 보여줬다.
수술 후 투구수도 조금씩 늘려갔다. 지난 10일 울산 롯데전에서 이영하는 선발 투수 이현호가 무너진 가운데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3⅓이닝 1실점으로 소화했다. 총 투구수는 65개. 입단 후 가장 많은 개수다.
아직 100구가 넘는 공을 던지지 못하지만 마운드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는 이영하의 모습에 김태형 감독은 선발 투수로서 기회를 줬다. 김태형 감독은 "수술 후인만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염려하며 "많은 공을 던지며 선발 역할을 한다기보다는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프로무대에서 선발 데뷔전을 치르게 된 이영하는 "지난 롯데전을 마치고 선발로 나설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첫 승도 그렇고, 운이 좋게 빠르게 기회가 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고등학교 때 준비하던 것 처럼 천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영하의 선발 데뷔전 상대는 NC다. 현재 3위 두산과 6경기 차로 앞선 만큼, 두산이 상위권 도약을 위해서는 첫 날 기선제압이 중요하다. NC는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이영하의 어깨도 무거운 상황이다.
부담이 될 법도 했지만, 이영하는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는 "NC가 방망이가 좋다. 내가 못치게 던져도 칠 것 같다. 차라리 치라는 마음으로 공격적으로 던지면, 운도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1군 등판에 나서면서 수술 후유증에 대한 부담도 지웠다. 이영하는 "이제 팔은 안아프고 좋다"라며 "특히 구위는 수술 전 보다 좋아진 것 같다. 다만 제구는 오래 쉬었던 만큼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되지는 않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아울러 지난 롯데전에서의 경험은 앞으로의 피칭에 좀 더 확신이 생기는 계기가 됐다. 그는 "공을 던지고 지쳐있을 줄 알았는데, 팔도 생생하고 더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체력도 생각보다 더 좋았다"고 미소지었다.
과제도 함께 확인했다. 그는 "지금까지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지난 롯데전부터는 포크볼을 던졌다. 아직 3개 던지면 1개 정도만 들어가는 수준이다"라며 "고등학교 때 변화구를 많이 던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 고등학교 때는 직구로만 승부가 가능했는데, 프로에서는 데뷔전에서 첫 타자 상대로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기도 하는 등 어려웠다"라며 변화구의 중요성을 말했다. 실제 이영하는 울산 롯데전에서 던진 65개 중 42개가 직구였고, 슬라이더와 포크는 각각 19개, 4개였다. 다만 첫 선을 보인 포크볼은 모두 볼이 됐다.
아직 재활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이영하의 투구수는 80개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5이닝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피칭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영하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최대한 볼넷을 주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려고 하고, 정면 승부를 펼치겠다. 팔 상태도 그러니 많이 못 던지니 5이닝 채우려면 공격적으로 경기를 하려고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고등학교 시절 이후 약 1년 반만에 다시 서는 선발 마운드인 만큼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자신이 공을 던지겠다는 생각이다. 이영하는 "잘 던진다기보다는 하던대로 하자는 생각이다. 프로에서는 처음인 만큼, 욕심을 버리자고 생각했다"며 "5이닝을 소화하면 밥값 했다고 생각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