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장타 無'…'이대호 딜레마'에 빠진 롯데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6.16 06: 01

이대호(롯데)는 분명 기록상으로는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편이다. 그러나 팀 타선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위압감을 생각하자면, 이대호는 예전과 같이 그리 중추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장타가 사라진 4번 타자에 대한 딜레마에 빠진 롯데다.
이대호의 시즌 기록은 훌륭하다. 타율 3할6푼4리 11홈런 40타점 출루율 4할2푼9리 장타율 0.531, 멀티히트 26회 득점권 타율 3할6푼까지. 대부분의 리그 공격 지표에서 이대호의 이름은 상위권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최근 10경기에서도 6번의 멀티 히트 경기를 기록하면서 페이스가 특별하게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대호의 성적 기준을 타율과 안타에만 맞출 수 없다. 경기 흐름을 바꾸는 장타 측면에서 이대호는 이전과 같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5월까지 이대호는 11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장타율 0.603의 성적을 마크하고 있었다. 분명 장타력적인 측면에서 이대호가 상대 투수들에게 주는 위압감은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6월 들어서 이대호는 타율 2할9푼6리를 마크하고 있고, 장타율 역시 같은 수치(0.296)를 기록하고 있다. 즉, 이대호가 6월에 때린 안타는 모두 단타였다는 의미다. 2루타 이상의 장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호의 유형을 굳이 분류하자면 ‘컨택형 타자’로 규정할 수 있다. 타격 기술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배트 컨트롤과 컨택 능력은 국내 최고다. 여기에 무서운 점이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를 갖고 있기에 완벽한 정타를 만들어 낼 경우 홈런으로 연결된다는 것.
다만, 현재 이대호의 모습은 단타만 때려낼 뿐 전혀 장타, 특히 홈런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대호에게 기대하는 부분이 안타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5월 중순부터 달고 있는 등 담 증세로 제대로 힘을 쓸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또 투수들의 집요한 몸 쪽 승부로 인해 타격 밸런스와 스윙 궤도가 망가지고 있기도 하다. 시즌 초반, 이대호를 상대로 전전긍긍하던 상대의 투수와 포수들이 이제는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며 이대호와의 승부를 피하지 않고 있다. 득점권에서는 더더욱 과감해지고 있다. 장타가 터지지 않는 이대호도 똑같은 한 명의 타자이고,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 지점에서 롯데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이대호라는 상징성을 생각하면 라인업에서 쉽사리 이름을 뺄 수 없는 존재인 것은 맞다. 라인업에서 이대호의 유무는 롯데에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타선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등의 담 증세가 반복되고 완벽하게 회복된 상황이 아니기에 휴식을 주면서 몸을 추스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다.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조원우 감독은 15일 사직 KIA전을 앞두고 “이대호의 담 증세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경기에서 제외할 정도는 아니다. 물론 계속 상태가 좋지 않다면 휴식을 줄 계획은 있다”면서 “이대호도 풀타임을 뛸 정도의 체력은 아니기에 점수 차가 많이 나는 경기에서 교체를 통해 체력을 비축할 계획이다. 또 이대호가 책임감이 강해서 계속 경기에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당장 이대호에게 휴식을 줄 생각은 아니라는 것. 16일 경기를 앞두고도 “장타가 없었지만, 오늘 반전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낙관론을 펼친 조원우 감독이기도 하다. 16일 경기에서 이대호는 멀티 히트를 때려냈다. 그러나 결국 조 감독의 낙관론은 허상이었고, 장타는 터지지 않았다.
이대호가 없는 롯데 타선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장타가 실종된 이대호를 포함한 타선도 상대에게 위압감이 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현 상황이라면 책임감이 부담감으로 변화된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이대호가 경기에 나서며 회복을 할 수도 있지만,. 완전하지 않은 이대호를 계속 지켜보는 것보다는 적절한 휴식과 체력 안배를 통해 한 박자 쉬어가는 묘수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대호를 제외하고, 최준석, 강민호 등이 장타 생산을 다시금 시작한 상황. 그러나 이대호의 장타까지 함께 보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일 터. 이대호를 둘러싼 딜레마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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