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프레임을 통한 감독 선임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15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기술위원회 회의를 열고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이에 따라 슈틸리케 감독이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게 됐다. 재임기간은 2014년 9월24일부터 2017년 6월15일. 996일 동안 슈틸리케 감독은 39전 27승 5무 7패의 성적을 남겼다. 2015 호주 아시안컵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취임 초기에는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 후 안하무인적인 행동과 발언 및 성적 부진으로 결국 낙마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이 확정된 후 여러 후보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유는 한 가지. 이용수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의 한 마디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차기 사령탑은 지금 상황에서 국내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며 "다음 감독은 앞으로 치를 최종예선 2경기를 포함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차기 감독에게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선수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가라앉아 있는데 선수단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용수 부회장이 덧붙인 조건은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치열한 경험을 해 본 감독이어야 한다는 것. 이는 남은 2경기 결과에 따라 최악의 상황으로 빠질 수 있는 만큼 압박감을 이기고, 승부처에서 한 수를 낼 수 있어야 위기의 대표팀을 구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이유로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이름을 올렸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허정무 부총재를 제외하고는 이 위원장의 말한 조건에 맞는 이는 없다.
하지만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 오히려 물밑작업을 펼치는 것에 대한 조심스러운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 이용수 부회장의 개인적인 의견이 절대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 일단 감독 선임은 앞으로 기술위원회가 고민하고 추천해 결정할 일이다. 이용수 부회장의 발언을 이해하는 상황이지만 모든 조건이 완벽할 수 없다. 현재 한 명의 후보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짧은 기술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이용수 부회장은 원래 짧은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기자회견도 길어졌다. 따라서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이용수 부회장의 이야기는 차기 기술위원회의 방향에 대한 의견 개진이지 절대적인 명제는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허정무 부총재뿐만 아니라 여러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르고 있다. 최종예선이 2경기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해성 감독대행이 예선을 마치고 월드컵을 새로운 감독이 맡는 것을 비롯해 신태용 전 20세 이하 대표팀 감독, 최용수 전 장쑤 감독 등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 중 계산된 행동을 하는 감독이 있다는 점이다. 고위 관계자는 "여러 감독들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분위기를 끌어 오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비롯해 감독 선임에는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기고 있다. 그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팀에 정치적 색깔이 묻어 난다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용수 부회장이 기술위원장을 사퇴한 상황에서 현재 기술위원회는 앞으로 신임 감독을 선발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기존 색깔이 묻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기술위원들에게 여러 가지 어필을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게 작용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감을 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신임 기술위원장이 기술위원들과 의견을 맞추고 감독 후보군을 올려 놓아도 최종 결정은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이 내린다. 비록 내부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지만 정몽규 회장은 기본적으로 대표팀 감독이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서는 몇 가지 기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임 감독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분명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 감독에 대해서는 월드컵 본선행 진출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실패에서 보는 것처럼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인 감독을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 기존과는 다른 시선에서 접근해야 한다.
한편 관계자는 "여러 감독들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단지 그동안의 경험을 갖고 감독직을 맡긴다면 문제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맞고 단순히 월드컵만을 위한 감독 선임은 슈틸리케 감독의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