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하루' 김명민 "같은 장면 반복 촬영, 폐소공포증 올 정도로 힘들어"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8 09: 15

 ‘육룡이 나르샤’ ‘베토벤 바이러스’ ‘하얀 거탑’ ‘특별수사’ ‘조선명탐정’ ‘연가시’ 등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부터 시크한 코미디 사극, 범죄 드라마까지 수많은 작품을 통해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사랑받은 배우 김명민. 21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열정으로 연기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보인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이후 6개월 만에 신작 ‘하루’(감독 조선호)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하루’는 딸의 죽음을 반복하는 의사 준영과 아내의 죽음을 반복하는 구급차 기사 민철이 만나 비극적인 하루의 끝을 바꾸려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그 어떤 캐릭터도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해 온 김명민이 반복되는 딸의 사고를 막기 위해 하루를 바꾸려는 아빠 준영으로 분했다.
김명민은 최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타임루프라는 소재는 많다. 같은 소재는 얼마든지 많고 중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연 배우, 감독님이 다르기 때문에 뭔가 다른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그동안 타임루프 소재 영화를 (한 번에 앉아서 몰입하며)본 적이 없다. 어떤 작품을 보면 사람을 헷갈리게 하면서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는 그런 걱정이 안 될 정도로 연출력과 대본이 탄탄하다. 내용이 딱딱 들어맞는 게 기가 막히더라(웃음). 시나리오를 보고도 어떤 의문점도 남지 않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부연했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 땅새로 만났던 김명민과 변요한이 ‘하루’에서 다시 한 번 연기호흡을 맞췄다. 김명민이 변요한에게 ‘하루’의 작업을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고, 변요한도 시나리오에 만족해 재회가 성사됐다고. ‘하루’에서 변요한은 매일 아내의 죽음을 만나는 민철 역을 맡았다.
김명민은 “제작진에서 변요한을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그럼 내가 육룡이 나르샤를 촬영하고 있으니 얘기해보겠다’고 했다. 그래서 촬영장에서 드라마 감독님 몰래 ‘하루’ 얘기만 했다”고 변요한의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그는 후배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변요한은 연기하는 게 진실된 친구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돼 있다”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민철 캐릭터와 변요한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졌다면서 “이 친구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육룡이 나르샤’를 할 때도 그 친구의 연기 열정을 봤다. 이방지로 나왔을 때는 제 호위 무사라서 참 든든했었는데, 이번에는 제가 멱살을 잡혔다. 열정이 과해서 다음부터는 그 친구와 대립하는 캐릭터로 나오면 안 되겠다 싶었다”고 전해 웃음을 더했다.
준영은 딸, 민철은 아내가 죽는 순간을 매일 매일 반복하며 지옥 같은 하루를 산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하루가 되풀이 되고, 끊을 수 없는 고통의 굴레 속에서 발버둥 치며 사는 것이다. ‘하루’는 상상하기도 싫은 상황에 갇힌 두 남자가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반복되는 하루에 얽힌 비밀을 풀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극한의 상황을 만난 준영을 연기하는 것은 ‘연기본좌’ 김명민에게도 어려운 작업이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하루를 시간의 흐름대로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여건에 맞게 뒤죽박죽 촬영했고,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반복되는 영화 속 장면처럼 몇 날 며칠씩을 이어서 촬영해야만 했다.
김명민 본인에게도 부담스러운 촬영이었겠지만 딸의 죽음을 직면한 고통,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자책감, 아이를 살리겠다는 책임감 등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는 점에서 지켜볼만 하다.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촬영하다보니 너무 힘들었다. 보조 출연자의 동선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 신이나 주차장 신에서는 며칠씩 지내다보니까 폐소공포증이 올 정도로 너무 힘들고 지겨웠다. 아마 스태프도 배우들을 보는 게 지겨웠을 것이다(웃음). 똑같은 장면을 되풀이 하며 찍다보니까 그들도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힘겨웠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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