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선도하는 이들은 제도권과 마찰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기존의 관습과 관행이 깨지고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돼 자리 잡는 데까지 수많은 시도와 논의, 시행착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악 시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포착됐고, 빅뱅 멤버 지드래곤이 그 초석을 세웠다.
지드래곤은 오는 19일 자신의 새 솔로 앨범 ‘권지용’을 CD가 아닌, USB로 발매한다. USB 앨범을 실행시키면 특정 인터넷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도했는데, 특정 페이지 안에서 케이스의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신곡 음원, 뮤직비디오, 독점 이미지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기존의 방식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 이후 USB 발매가 음반이냐 아니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이하 음콘협) 측이 음반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것. 음반 판매를 집계하는 가온 측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앨범인 만큼 문화부에 보고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달 말 쯤에 확실한 결과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의 USB 형태의 앨범이 음반으로 인정된다면, 음반 산업 자체에 큰 변화의 물결이 일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음악을 듣는 사용자의 소비 패턴은 이미 ‘음원사이트’에서 음원을 다운 받거나 스트리밍 하는 것으로 자리 잡은지 오래. 하지만 음반의 발매 형태는 아직도 CD 형식이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CD의 휴대가 불편한 것은 물론, 플레이어는 이미 시중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용 빈도가 줄었다.
팬들은 ‘소장용’으로 CD를 구매하고 정작 음악은 음원사이트에서 듣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가수들도 CD가 아닌, 재킷과 안에 첨부되는 이미지에 더욱 신경을 쓰고, 화보를 넣거나 팬미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등 여러 가지 이벤트로 콘텐츠를 채우고 있는 바다.
지드래곤의 USB 앨범이 음반으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CD가 사라지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워낙 이 같은 패턴이 고착화돼 있고, 소비자들에게도 익숙하기 때문. ‘지드래곤이기에 가능한 도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의 변화가 당장에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CD는 플레이되지 않는다’는 화두를 음악시장에 던졌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지드래곤으로부터 시작된 파장이 시장에 파도를 일으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joonamana@osen.co.kr
[사진] YG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