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원더우먼' 이긴 '악녀', 느려도 후퇴는 없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5 12: 07

한국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가 할리우드 대작 ‘원더우먼’(감독 패티 젠킨스)을 앞섰다. 일일 관객 수 증가 속도가 다소 느리긴 하지만 전일대비 증가세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15일 영진위 영화관 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악녀’는 어제(14일) 하루 동안 5만 8449명을 동원해 2만 4761명을 모은 ‘원더우먼’을 앞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10만 6244명이 본 ‘미이라’(249만449명)이다.
총 누적관객수를 놓고 따져보면 물론 ‘원더우먼’(193만 3642명)이 ‘악녀’(63만 7357명)보다 높지만, 개봉 당일인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악녀’가 ‘원더우먼’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2위 자리를 굳히고 있어 긍정적인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악녀’는 원톱 여주인공 작품이 전무하던 충무로에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존재였다. 남성 중심의 범죄 스릴러 사극 등의 장르에 제작이 쏠려 여배우는 보조적 역할에만 머무르고 있는데, 남성의 대표적 장르 중 하나인 액션에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주인공 킬러 숙희 역을 맡은 김옥빈이 액션 히로인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액션계에 입문했다.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옥빈은 “제가 생각해도 액션에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매 번 무기와 탈 것이 진화할 때마다 일종의 희열을 느꼈다”며 차후에도 다시 한 번 액션 작품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김옥빈은 강인하고 아름다운 팜므파탈이 아니라, 신체적 조건이 여성보다 우월한 강인한 남성들에 맞서 피 비린내 나는 강렬한 액션을 수행했다. 극악무도하고 거칠기 짝이 없으며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지독한 액션을 보여준 것. 액션신(scene)의 90% 이상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고 한다. 그녀의 연기 열정은 연출을 맡은 정병길 감독 역시 극찬했을 정도다.
‘악녀’를 통해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일 기회를 잡은 김옥빈은 데뷔 후 ‘소수의견’ ‘11시’ ‘박쥐’ ‘여고괴담4’ ‘칼과 꽃’ ‘악녀의 거리’ 등 차근 차근 다양한 장르를 거치며 연기력을 다져왔다. 그런 그녀가 킬러 숙희를 만나 배우로서 육체적 매력과 개성이 한껏 드러나게 됐다. 단순 액션은 물론 한 여자가 성장하면서 느끼는 정서적 느낌까지도 완벽하게 전달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낸 ‘원더우먼’의 속편 제작이 결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가운데, 욕심 같아서는 액션 히로인이 된 김옥빈의 ‘악녀2’를 만나보고 싶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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