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을 대비한다" 이형종이 투구 연습을 한 이유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6.15 05: 48

LG 트윈스의 이형종(28)이 다시 마운드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야구에서는 좀처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 수없이 발생한다. 지난 14일 이날 한화와 SK가 맞붙은 인천 행복드림구장에서 나왔던 일이 단적인 예다.
SK가 5-2로 앞선 8회말 SK 포수 이홍구가 2루주자 윌린 로사리오를 태그 하다가 왼손목을 다쳤다. 이홍구는 통증으로 공을 잡기도 어렵게 됐다. 그러나 SK의 더그아웃에는 교체 가능한 선수가 전혀 없었다. 결국 SK는 나주환이 포수 마스크를 썼고, 투수 전유수가 1루 수비로 나섰다. 나주환이 포수 마스크를 쓴 건 지난 2005년 이후 약 12년만. 그만큼 SK로서는 계산 밖의 일이 일어났던 경기였다.

LG 양상문 감독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상문 감독은 14일 두산전을 앞두고 "2주에 한 차례 정도 이형종에게 피칭 연습을 시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형종은 입단 당시 150km/h의 강속구를 비롯해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부상으로 우여곡절을 겪고, 야수로 전향해 '제 2의 야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올 시즌 46경기에서 타율 3할3리 3홈런 16타점으로 매서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팀 외야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팀의 주축 야수로 거듭났고, 수술 전력이 있는 만큼, 이형종이 다시 투수로 복귀한다는 것은 의외인 상황. 그러나 그 속에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양상문 감독의 속 뜻이 있었다.
양상문 감독은 "만약 연장전에 들어갔을 때 투수를 모두 소진하고, 마운드에 있는 투수가 헤드샷 퇴장을 당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라며 이형종에게 피칭을 주문한 배경을 설명했다.
어디까지나 '만약'을 가정한 만큼 무리를 시키겠다는 뜻은 아니다. 양상문 감독은 "스트라이크에 던질 수 있도록 감을 유지하라는 뜻에서 던지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형종은 "마운드에서 정식으로 던진다기 보다는, 포수를 앉혀 놓고 공을 던졌다"라며 "직구 뿐 아니라 변화구도 몇 개 던졌다. 130km/h 중반은 나오는 것 같다. 슬라이더도 좋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실 야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일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지는 않다. 지난 2009년 SK의 내야수 최정은 KIA와의 경기에서 투수가 모두 소진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었고, NC 나성범은 2015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투수로 등판해 147km/h의 강속구를 던지기도 했다.
양상문 감독이 준비하는 상황은 1년에 한 차례로 오지 않을 확률이 높은 특수한 상황이다. 그러나 반드시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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