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환과 전유수가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나주환은 포수로, 전유수는 1루수로 출전해 팀의 승리를 지켜냈다.
SK는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경기에서 5-3으로 앞선 8회 어쩔 수 없는 이색 선수 기용을 선보였다. 5-2로 앞선 8회 2사 2루에서 대타 장민석의 좌전 적시타 때 2루 주자 로사리오가 홈을 밟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로사리오를 태그하려던 이홍구가 그 과정에서 왼쪽 엄지손가락을 다쳤다.
이미 SK는 이날 선발포수 이재원이 7회 무사 만루에서 대타 김동엽으로 교체된 상황이었고 엔트리에는 남은 포수는 물론 활용 가능한 야수 자원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SK는 나주환을 포수로 기용했고, 빈 1루는 불펜투수인 전유수로 채워 넣었다.
나주환은 두산 시절이었던 2005년 5월 1일 SK를 상대로 포수를 본 적이 있으나 그후 12년간 포수 경험이 전혀 없었다. 전유수는 프로 데뷔 후 야수로 수비를 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나주환은 의외로 안정적인 포구를 선보이며 김주한과 짝을 이뤄 한화 타선을 막아냈다. 전유수도 9회 강경학의 1루 강습 타구를 몸을 날려 직선타 처리하며 대활약을 선보였다. 두 선수의 활약 덕에 SK는 위기를 넘기고 6-3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 후 두 선수는 이색적인 경험이 팀 승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나주환은 경기 후 "팀이 야수를 다 써서 누군가가 포수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공을 잡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마스크를 썼는데 (김)주한이가 잘 던져줘서 팀이 이긴 것 같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2005년 포수 출장이 기억이 나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정)근우형이 도루하는 것을 잡았었기 때문에 기억이 난다. 캠프에서 농담 삼아 박경완 코치님께 '포수로 준비되어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출장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전유수도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덕아웃 쪽으로 갔고 박계원 코치님께서 1루 수비가 가능하겠냐고 물어보셔서 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고등학교 때 1루, 2루, 외야를 봤던 경험이 있어서 그렇게 많이 긴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라면서 9회 다이빙 캐치에 대해서는 "사실 다이빙 캐치를 할 타구는 아니었는데 타구 판단이 느려서 다이빙을 했다. 오늘은 본의 아니게 야수로 나왔는데 다음에는 투수로 나와서 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 또한 "7회 점수를 내기 위해 야수를 총동원해 역전에 성공했는데, 이홍구의 불의의 부상으로 내야 유틸리티인 나주환이 포수로 들어섰고 전유수가 마지막 경기를 끝내는 특별한 경기를 했다"며 두 선수를 칭찬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