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박열' 이제훈 "매 작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접근..잘하고파"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4 13: 56

 우윳 빛깔 피부를 자랑했던 ‘밀크남’ 이제훈이 상처 가득한 얼굴로 정의를 말하는 ‘불량청년’으로 돌아온다.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을 통해서다.
‘박열’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 속에 가려진 인물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현재까지 일본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간토대학살 사건이 벌어졌던 1923년, 일제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투쟁했던 조선의 아나키스트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한 이제훈은 실존인물 박열을 지독하리만큼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이제훈은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실존 인물 박열을 그리는 부분에 있어서 오해가 생기지 않아야만 했다. 그 모습을 그대로 가져와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저는 예전부터 이준익 감독님의 작품을 하고 싶었고, 기다려왔다. 함께 하게 되는 기회가 찾아와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 '박열'의 시나리오를 봤을 때 까다롭고, 어렵게 다가왔다. 단순히 일제강점기의 내용이 울분을 터트려야 하는, 그런 부분으로 생각했었는데 읽을수록 박열이 생각하는 것과 생각, 신념,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촬영장에 갈 때마다 매 순간 노심초사했던 것 같다. 제 연기로 인해 혹시나 인물이 왜곡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생겨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 싶어 신중하게 접근을 했다. 그래서 부담스럽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행운이지만 그로 인한 무게감도 상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촬영장에서 박열의 분장을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웃음). 제가 지나가도 다른 사람인냥 그냥 인사를 하고 가셔서 장난을 치는 줄 알았다. 저의 평소 모습에서 그런 모습을 처음 보니까 놀라며 당황하신 것 같다"며 "이준익 감독님도 저의 모습을 보시고, 제 기존의 이미지와 달라서 그런지 놀라고 재미있어 하시더라(웃음). 저도 '이래도 될까?'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제훈이라는 사람이 지워지고 온전히 박열이라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약 한 달 여간의 촬영 동안 박열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발행된 신문과 항일 운동 조직의 단체 사진 등을 활용한 철저한 고증을 거쳐 머리부터 발끝까지 박열로 완벽하게 변신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 경찰에게 고문을 당하는 장면도 연기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고집으로 곤봉 세례를 자처했던 이제훈은 촬영이 끝난 후 실신 상태에 이르렀을 정도로 이전과는 또 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기본적으로 제가 배우의 인생을 걷는 데 있어서 계획을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배우는 감독이나 제작자로부터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매 순간 연기를 잘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무엇보다 베이스가 되는 것은 어떤 이야기를 기반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줄까라는 점이다. 저를 통해 박열이라는 인물과 시대상이 보여질 텐데, 저한테는 득보다 독이 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동안 자신감 있게 표현을 했다면, 이번에는 저를 재단하고자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봤던 것 같다.(웃음)"
그러면서 이제훈은 "매 작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접근한다"며 "늘 연기는 잘 하고 있다. 또 제가 표현하려는 부분이 관객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