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봉준호 감독에게 직접 들은 '옥자' A to Z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4 12: 13

 “제가 자주 논란을 몰고 다니는 인물이라서(웃음).”
봉준호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진행된 ‘옥자’의 기자회견에서 영화와 관련해 불거진 상영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며 시작했다. 봉 감독과 넷플릭스는 이달 29일 ‘옥자’의 개봉에 앞서 오늘 기자회견을 진행해 영화의 스토리 및 개봉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이날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부터 안서현, 변희봉,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했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과의 일문일답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국내 3대 멀티플렉스에서는 ‘옥자’를 상영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섭섭하지 않나.
“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인물이라서. 하하. 영화관 측의 보이콧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저희 영화 ‘옥자’가 앞으로 (영화 상영법과 관련)외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타고난 복이 아닐까 싶다.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다가 번복될 뻔 했다.
“‘옥자’가 논란을 야기시켜 새로운 룰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칸에서도 미리 넷플릭스 영화 초청은 안 된다 혹은 된다는 등 이 사안에 대해 미리 법적으로 정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고 불렀다(웃음). 미리 정해놓고 불렀어야지 그때 굉장히 민망했다. 이번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없다보니 ‘옥자’가 화제를 모으는데 공헌을 한 것 같기는 하다(웃음). 하지만 칸 국제 영화제인데 왜 프랑스 국내법을 적용하려고 한건지 궁금하다. 그것도 이 영화가 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다행이지 싶다.”
-넷플릭스와 국내 멀티플렉스와의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룰이나 규칙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옥자’가 어떤 룰이나 규정을 정하는 데 신호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이 같은 사안으로 인해 피로함을 겪었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옥자’를 극장의 큰 화면, 집 안의 넷플릭스를 통해 함께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Vegetarian(베지테리언, 채식주의자)이라는데.
"남들이 안 보는데서 몰래 고기를 먹고 있다(웃음). 이번에 ‘옥자’를 하면서 돼지고기는 절대 먹지 않고 있다. ‘옥자’의 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시퀀스를 보고 '무섭고 충격적'이라는 표현을 하신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 도살장은 20배~30배 더 심하다. 100m 전 주차장에 내렸을 때부터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철학적인 결단력 때문에 고리를 안 먹는 게 아니라 그 비주얼과 후각적인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 와서 회식을 하며 자연스럽게 적응을 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육식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육식은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단지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듯, 동물을 편입시켜 가혹하고 잔인하게 다루는 것은 반대한다. 이는 돈을 위한 것으로, 새롭게 양산된 '공장식 축산문화'이다. 이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토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영화는 제가 만들고 싶은 스토리에 따라 벌어진다. ‘옥자’는 다국적 거대 기업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 등 흔히 볼 수 있는 대기업에 관한 이야기다. 맨하튼 한복판에 있는 미란다와 강원도 산골에 사는 미자가 벌이는 이야기인데,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다른 나라의 배우들과 촬영하며 의사소통에 대한 불편함은 없었나.
"언어에 대한 문제는 없었다. 같은 한국 사람일지라도 한 작품을 하면서 소통이 되지 않아 불편할 수도 있다. 다음 작품은 100% 한국 작품이다(웃음). 어딜 가든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흔히 야구장을 가더라도 여러 나라 선수들을 볼 수 있지 않나."
-옥자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는.
“우리 사회가 돈으로 굴러가지만 미자와 옥자를 통해 (사랑과 우정이)파괴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옥자’ 속 주인공이 모두 여자이다.
"미자, 옥자, 미란다가 모두 여성이지만 제가 일부러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엮은 것은 아니다. 사실 저는 소년보다 소녀가 강인했을 때 주는 아름다움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여드름이 잔뜩 난 소년보다 소녀가 더 아름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했다."
-많은 동물 가운데 돼지를 택한 이유는.
“돼지가 먹을거리와 가장 연결이 빠르기 때문이다. 돼지하면 어떤 부위를 먹을지, 어떤 고기를 먹을지, 혹은 어떤 양념으로 해서 먹을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의 대량생산과 관련해)돼지를 주인공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이제 논란을 끝내고 영화를 즐겨주시기 바란다.”
‘옥자’는 이달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개 국가에 동시에 선보이며 한국-미국-영국에서는 극장과 동시에 공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한국에서는 NEW의 배급을 통해 전국의 일부 개인 극장에서 개봉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