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옥자'를 즐겨주세요"..봉준호가 밝힌 극장 보이콧, 오해와 진심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4 12: 29

 ‘옥자’를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극장 상영 문제와 관련된 논란을 직접 밝히며 “이제 논란은 접고 영화 '옥자'를 즐겨주시기 바란다”는 진심을 전했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이달 개봉하는 ‘옥자’의 기자회견이 진행돼 연출을 맡은 봉준호 감독부터 안서현, 변희봉, 틸다 스윈튼, 스티븐 연,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등 주연 배우들이 참석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설국열차’에 이은 봉 감독의 두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이다. 넷플릭스 투자·배급, 칸영화제 초청, 할리우드 스타 틸다 스윈튼·제이크 질렌할·스티븐 연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보통의 영화들이 '선 개봉-후 VOD'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제작사 넷플릭스가 이달 29일 극장과 동시에 개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멀티플렉스 측과 갈등이 야기됐다. 통상 극장 개봉 영화는 2∼3주간의 홀드백 기간을 둔 뒤 인터넷TV나 VOD 등 2차 판권시장에서 상영할 수 있다.
이날 봉 감독은 “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다니는 인물이라서. 하하. 영화관의 보이콧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저희 영화가 앞으로 (영화 상영법과 관련)외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타고난 복이 아닐까 싶다. 멀티플렉스 측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재차 강조했다.
멀티플렉스 측은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영화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옥자’로 선례를 만들 경우 앞으로 제2의 ‘옥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상영을 하더라도 극장의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영화 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옥자’는 심사위원단이 돌연 ‘넷플릭스 작품은 경쟁부문에 초청해서는 안 된다’고 번복했다가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개정했다.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초청을 받았다가 취소될 뻔 했던 것.
이에 봉준호 감독은 “‘옥자’가 논란을 야기시켜 새로운 룰이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칸에서도 미리 넷플릭스 영화 초청은 안 된다 혹은 된다는 등 사안에 대해 미리 법적으로 정해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않고 부르지 않았나(웃음). 미리 정해놓고 불렀어야지 굉장히 민망했다”라며 “칸 영화제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없다보니 ‘옥자’가 화제를 모으는데 공헌을 한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칸 국제 영화제인데 왜 프랑스 국내법을 적용하려고 한 건지도 궁금했다. 그것도 '옥자'가 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국내 멀티플렉스와의 갈등에 대해 “룰이나 규칙이 오기 전에 영화가 먼저 도착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옥자’가 어떤 룰이나 규정을 정하는 데 신호탄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이 같은 사안으로 인해 피로함을 겪었을 업계 관계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옥자’를 극장의 큰 화면과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답했다.
‘옥자’는 돼지·하마를 합한 거대한 가상의 동물이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안서현 분)와 나누는 우정을 그린다.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거대 기업, 그리고 소녀와 동물을 돕는 동물보호단체의 이야기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진행된다.
‘옥자’는 29일 일부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한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전국 상영관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3대 멀티플렉스들이 극장과 온라인 동시 상영에 반기를 들어, 우선적으로 전국 7개 극장에서만 사전 예매를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상영관을 순차적으로 늘려간다는 입장이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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