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적' 이란의 도움을 한국은 스스로 걷어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8차전 카타르 원정 경기서 최악의 경기력으로 2-3으로 패배했다.
이날 경기전까지 A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에서 승점 13점으로 2위를 마크하고 있었다. 전날 이란이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을 잡으며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상황. 카타르전 경기 결과에 따라 우즈벡과 승점을 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전날 이란은 까다로운 상대인 우즈베키스탄에 홈서 2-0 완승을 챙겼다. 이란은 이날 승리로 승점 20 고지에 오르며 선두를 질주, 남은 2경기에 관계없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본선행이다.
따라서 우즈베키스탄과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은 이란이 상대를 잡아주면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상대 덕분에 오히려 기회를 얻게 됐다.
한국은 조 최하위에 처져 있는 카타르를 물리칠 경우 3위 우즈벡과 격차를 승점 4로 벌리며 본선행에 청신호를 켤 수 있었다. 한국은 카타르전 이후 안방에서 이란을 상대한 뒤 우즈벡 원정길에 올라 최종예선 최종전을 치른다.
따라서 카타르전 승리 후 오는 8월 31일 이란전서 9회 연속 본선행을 자력으로 확정지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란이 만들어준 기회를 전반서 잡아내지 못했다. 승점 3점을 따내면 됐다. 경기력은 의미가 없었다. 최하위이고 이미 지난 1차전서 3-2의 승리를 거뒀던 카타르를 상대로 한국은 무조건 승리가 필요했다.
그러나 경기 양상은 원하는 것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행 가능성이 거의 없는 카타르는 편하게 경기를 펼쳤다. 원하는 것이 그대로 이뤄졌다. 한국이 당황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엿봤다.
답답한 경기 흐름. 한국은 중원에서 공격 전개에 나섰지만 세밀함이 아쉬웠다. 오히려 카타르의 빠른 역습에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선수들이 흔들리면서 선제골 기회를 허용했다. 곽태휘의 수비 실수에 이어 최철순의 파울이 나오며 위험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했다. 수비진은 기다릴 틈도 없이 선제골을 내줬다.
완전히 무너졌다. 오히려 이란이 만들어준 기회가 독이 된 것처럼 보였다.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고 카타르의 움직임은 좋았다. 아무리 원정경기라고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카타르이 비해 완전히 흔들렸다.
카타르가 전반서 많이 뛴 것을 보고 한국은 측면 돌파를 선택해 경기에 임했다. 선수 개인의 능력을 믿는 모습이었다. 다른 방법을 찾기 힘들었다. 조직력을 기대하기에는 전반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처참했다. 따라서 손흥민 대신 투입된 이근호와 이재성 그리고 황희찬 등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공격을 펼쳤다.
첫번째 득점 상황서 이재성의 활약이 빛났다. 오른쪽 골라인까지 완벽하게 돌파해낸 이재성은 슈팅력이 좋은 기성용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고 골을 얻었다.
또 황일수까지 투입하며 반격을 펼친 한국은 개인기를 통한 돌파가 살아나면서 카타르를 맹렬하게 몰아쳤다. 단순한 공격법으로 카타르를 압박했다. 하지만 중앙 수비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흔들렸다. 한국은 이란의 도움을 스스로 차버렸다. 그렇게 무너지고 말았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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