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든 홀드든 상관없다. 무실점이라면 좋다.”
리그 최초로 40승을 선착한 KIA 타이거즈의 최고 약점이라면 불펜진이다. 올해 리그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KIA 불펜진은 평균자책점 5.97의 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전체 최하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KIA가 타선과 선발진의 위력이 뛰어났기에 망정이지 불펜진의 약점이 부각됐을 경우 더 나은 순위에 대한 기대는 요원했을 수 있다.
그러나 KIA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최고 믿을맨이 있기에 현재의 순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김윤동(24)이다. 김윤동은 올시즌 29경기 등판해 2승1패 5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3.26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다소 흔들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현재 KIA 불펜에서 김윤동 만한 믿을맨은 없다. 그만큼 김윤동에 대한 KIA 불펜진에 믿음과 신뢰는 대단하다. 팀이 가장 위기에 처한 순간 호출되는 선수가 바로 김윤동이기 때문.
김윤동은 접전으로 진행되던 지난 13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김윤동은 7-7 동점이던 8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의 타순은 손아섭-이대호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었다. 김윤동으로서는 부담됐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윤동은 손아섭과 어렵게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고, 2사 1,2루에서 롯데 4번 타자 이대호를 상대했다. 이대호의 컨디션이 최근 썩 좋지 않더라도 그 위압감만으로도 이제 갓 필승 불펜으로 거듭난 어린 투수에게 압박감이 넘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윤동은 차분하게 이대호와의 승부를 펼쳤다. 초구 볼을 던졌지만 2B2S의 대등한 카운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5구 147km 빠른공을 던져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한층 성장했고, 진정한 믿을맨으로 거듭난 김윤동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결국 8회 위기를 무사히 넘긴 김윤동은 9회 팀의 재역전 밑거름이 됐고, 승리 투수가 됐다.
임창용도 부침을 거듭한 끝에 2군으로 내려간 상황에서 KIA 불펜진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는 김윤동 뿐이다. 마무리 투수의 성격에 더해 긴 이닝을 소화하는 ‘중무리’까지 소화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그러나 김윤동의 각오는 여전히 결연하고 다부지다. 그는 13일 경기 후 “그동안 승계주자 실점이 많았다. 때문에 선배들께 굉장히 죄송했다”면서 “오늘으은 올라올 때 점수를 주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절실했다. 전반적으로 빠른공이 좋아서 힘 있게 던진 것이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대호와의 승부 전, 김기태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 내야진 전체를 소집한 뒤 전한 메시지가 김윤동에게는 큰 힘이 됐다. 김윤동은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이대호 선배의 연봉을 얘기하면서 '네가 지금 여기서 맞아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편하게 던져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비화를 전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위기를 극복해가는 그에게, 불펜 투수로서 임무가 무엇인지를 이제는 절실히 깨닫고 있다. 김윤동은 언제나 부담 가득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 대부분이지만, 언제나 최고의 투구를 꿈꾼다. 올 시즌 최종 목표는 어떻게든 점수를 주지 않는 것이다. 물론 김윤동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야구이지만, 그는 “최근 들어 타이트한 상황에서 올라오고 있는데 긴장되는 것은 시즌 초나 지금이나 똑같다”면서 “최소한 몸이 경직되지는 않은 것 같아서 나아지고 있다”고 전하면서 "중간 투수로 승리든 홀드든 무실점이라면 좋다. 패만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의 결연한 각오 자체가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김윤동은 그 절실한 마음가짐을 전한 것.
막강한 선발진에 가려진 불펜진의 아쉬움은 언제나 KIA의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김윤동이 전한 절실한 각오는 계속해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게 하는 KIA의 동력이 되지 않을까. 그만큼 김윤동은 마운드 위에서 절실하게, 그리고 힘차게 자신의 공을 뿌리고 있다. /jhrae@osen.co.kr
[사진] 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