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구 선수 중 6월 13일까지 20홈런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딱 2명이다. 미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로 거론되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 그리고 한동민(28·SK)이 그 주인공이다.
한동민의 홈런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이미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상황에서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다. 한동민은 13일까지 올 시즌 59경기에서 타율 3할2리, 21홈런, 50타점을 기록하며 홈런 및 타점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홈런을 밟은 선수가 됐는데, 그 페이스도 역대 홈런왕들에 비해 결코 늦지 않아 생애 첫 홈런왕 타이틀까지 진지하게 노려보고 있다.
군 입대 전부터 이미 거포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던 한동민은 2013년 99경기에서 14홈런을 때리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015년과 2016년은 국군체육부대(상무) 소속으로 2년 연속 홈런왕에 올라 기대가 컸다. 그런데 그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다. SK 구단 관계자들조차 시즌 전 “20홈런 정도 치면 팀에 큰 보탬이 되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는데,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 예상 수치는 다 채웠다.
그런 한동민이 리그 홈런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남아 있는 시즌이 많고 그만큼 변수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 역사를 바꿀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바로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좌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2000년 창단한 SK 역사에서 20홈런 이상을 친 좌타자는 딱 두 명밖에 없었다. 2005년 이진영(20홈런), 그리고 박정권(2009·2014·2015)이 세 번을 기록했다. 박정권은 2009년 25홈런, 2014년 27홈런, 2015년 21홈런을 기록했다. 2014년 27홈런은 최고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한동민이 벌써 21개의 대포를 뿜었다. 사실상 남은 기간 중 부상만 오지 않는다면 박정권의 기록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동민은 5월 초 찾아왔던 홈런 및 타격 침체를 이겨내고 다시 무시무시한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6홈런이다. 한 번 고비를 넘겼다는 의미로, 앞으로도 큰 폭의 하락 없이 무난한 시즌을 보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다.
한편 좌타 최다 타점도 노려볼 만하다. 이 기록은 2014년 박정권의 109타점이다. 한동민이 현재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역시 경신 사정권에 있다. 만약 이 기록을 넘는다면 더불어 구단 역사 최고 기록인 2004년 이호준(112타점)에도 도전할 수 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쩌면 우리는 한동민이 SK 구단 역사를 바꿔가는 장면을 목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