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장고 끝에 남은 시즌 감독대행 체제를 결정했다. 모험보다 안정을 택했다.
한화 구단은 13일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남은 시즌을 치르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갑작스런 중도 퇴진 이후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로 17경기를 치른 한화는 새 감독 선임을 시즌 후로 미뤘다. 남은 기간 최대한 신중하게 감독 후보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화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사안의 중요성이다. 시즌 중 정식 감독 선임은 여러 복잡다단한 문제를 안고 있다. 2014년 5월11일 선임된 LG 양상문 감독처럼 확실한 카드가 있다면 몰라도 한화 내부에선 적임자를 당장 찾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화가 찾고 있는 적임자는 팀을 잘 알면서 선수단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거물급 인사를 비롯해 외부에서 여러 감독 후보들이 자천타천 언급됐지만 한화 구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구단 비전에 걸맞은 감독 후보들을 찾기 위해 의견을 모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현직에 없는 야인들도 감독 후보를 데려올 수 있었지만, 한화 구단은 너무 급할 것 없다고 봤다. 시즌이 끝나면 다른 팀 지도자들까지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한화로선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인재풀을 후보로 검토할 수 있다. 팀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인사라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었다.
여기에 이상군 감독대행이 기대이상으로 좋은 지도력을 보여준 것도 한화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 김성근 감독의 퇴진으로 준비도 없이 팀을 물려받은 이상군 대행은 17경기에서 6승11패에 그치고 있지만 선수단과 적극적인 소통,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운용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구단에서도 이 같은 이상군 대행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 남은 시즌을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이상군 대행에게도 좋은 기회가 왔다. 남은 시즌 성적과 리더십에 따라 정식 감독으로 승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화는 지난 1998년 이희수 감독대행이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감독대행 체제로 최장기간 시즌을 치른 팀은 LG다. 지난 2001년 5월16일 이광은 감독의 퇴진 이후 김성근 감독대행이 남은 98경기를 이끌었다. 당시 49승42패7무 승률 5할3푼8리로 대행 체제던 9승25패1무 승률 2할6푼5리로 꼴찌였던 팀을 6위로 올려놓았다. 김성근 대행은 이듬해 정식 감독으로 기회를 잡아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