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한화가 지난달 23일 김성근 전 감독의 사의 표명을 최종 수용한 지도 벌써 3주가 지났다. 당시 한화 구단은 '시즌 도중 감독 부재 상황이 벌어진 만큼 팀이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 대행 체제로 선수단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틀 뒤 박종훈 단장은 "될 수 있는 한 빠르게 우리팀 비전에 맞는 감독을 찾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팀을 물려받은 이상군 감독대행은 17경기에서 6승11패로 10개 구단 중 9위의 성적을 내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 체제에서도 18승25패로 9위였지만 승률이 4할대(.419)에서 3할대(.353)로 떨어졌다. 이상군 대행은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하며 팀을 안정화시켰다는 평이지만 부상 악재 반복으로 성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화를 보는 우려의 시선들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 중계차 대전을 찾은 허구연 MBC 야구 해설위원은 "한화 구단이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다"며 "올스타전까지 가든, 아니면 시즌 끝까지 가든 어떤 형식으로든 기한을 정해주거나 체제 안정을 시켜줘야 한다. 지금 체제로는 이 대행에게 힘이 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행 체제에서 반짝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팀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선 확실한 권한이 있어야 한다. 이상군 대행은 고참 선수들과 면담 또는 식사 자리를 갖고 분위기 안정을 위해 힘 쓰고 있지만, 경기 운용에선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있다.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코치들이 1군에 남아있고, 언제 새 감독이 올지 모르는 기한 없는 대행 체제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내기 어렵다.
감독대행을 경험해본 전직 야구인은 "기한이 정해지지 않고서 대행을 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눈앞의 경기를 이끌어야 하는데 뒤에선 다른 감독 이야기가 계속 들린다. 코치진과 선수 모두 힘이 모아지지 않는다. 지금 이상군 대행에 대한 예우도 아니다. 한화는 스스로 힘을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화 구단도 난처한 상황이다. 김성근 전 감독의 중도 퇴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였다. 물밑에서 신임 감독 후보를 정리한 뒤 그룹에 올렸지만, 재가가 떨어지지 않아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은 감독 후보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한화는 감독 선임에 있어 그룹의 입김이 세다.
구단이 감독 선임에 있어 결정권은 물론 주도권도 갖지 못하고 있어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 허구연 위원은 "한화가 제대로 하기 위해선 그룹이 구단에 책임 경영을 맡겨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구단이 책임 지면 되는 것이다"며 모그룹 의중에 좌지우지되는 한화의 구단 운영 체제에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역대 KBO리그에서 시즌 도중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 케이스는 1983년 6월 MBC 김동엽, 1985년 6월 김동엽, 2002년 6월 롯데 백인천, 2014년 5월 LG 양상문 감독 등 4차례밖에 되지 않는다. 4차례 모두 내부 승격이 아닌 외부 영입. 최장기간 감독대행 체제로 운용된 팀은 2001년 LG로 그해 5월16일 이광은 감독 사퇴 이후 김성근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 마지막까지 98경기를 이끌었다.
한화는 이상군 대행 체제에서 17경기를 치렀고, 시즌은 아직 84경기가 더 남았다. 순위는 9위이지만 시즌을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시점이다. 여러 감독 후보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어느 누가 되든 막중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김성근 전 감독은 최근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화 감독, 그거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 아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