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다큐멘터리 ‘DMZ 더 와일드’의 김정민 PD가 배우 이민호와 함께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 소감을 밝혔다.
12일 오후 11시10분 방송되는 UHD 개국 특집 MBC 스페셜 'DMZ, 더 와일드'는 반백년이 넘도록 인간의 출입을 허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 DMZ의 야생을 전하는 자연 다큐멘터리다. '아마존의 눈물' '남극의 눈물'을 제작한 제작진과 배우 이민호가 만나 야생동물들의 치열한 생존사와 가슴 아픈 인간의 역사가 공존하는 비무장지대를 다뤄 많은 화제를 모았다.
특히 ‘DMZ, 더 와일드’는 프리젠터를 맡은 이민호가 2015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1년 5개월간 이어진 촬영 전반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으며, 지난 5월부터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시작한 이민호의 마지막 작품이기에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에 ‘DMZ, 더 와일드’의 김정민 감독과 조철영 조감독에게 당시 현장을 물었다. 조성현 감독은 스케줄상 인터뷰에 참여하지 못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Q. ‘DMZ, 더 와일드’에서 배우 이민호를 프리젠터로 캐스팅했다. 왜 프리젠터라는 개념을 사용하게 된 건가.
A.(김정민 PD, 이하 김) 다큐를 만들 때 내레이션으로라도 연예인을 출연시키는 이유는 익숙함 때문이다. 전달력 등에서는 전문가보다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연예인이 가진 익숙함이 지루할 수 있는 다큐란 장르를 좀 더 친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젠터는 내레이션뿐 아니라 화면에 직접 나온다. 낯선 환경과 장르를 전하려면 시청자에게 익숙한 이민호란 프리젠터를 통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런 목적으로 비춰봤을 때 이민호는 100% 그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Q. 프리젠터로서의 이민호는 어땠나.
A.(조철영 PD, 이하 조) 나는 이미 세팅이 된 상태에서 합류를 해 2~3주간 촬영을 함께 했다. 제작진과 이민호 사이에 이미 우리의 메인이 어떤 것인지, 서로의 롤이 어떤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전달할지 합이 다 맞아있더라. 그걸 보니 전혀 의심이나 걱정이 들지 않았다. 이민호와 정말 많은 장면을 찍었는데, 다큐멘터리라는 본질이 상하지 않게 프리젠터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많이 됐다. 본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이민호의 출연분은 미공개 영상 클립 등의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선보이려고 한다.
Q. 프리젠터라는 개념이 이민호에게도 낯설었을 텐데, 서로 맞춰가는 부분은 힘들지 않았나.
A. (김) 처음 만났을 때 우리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이민호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민호를 제작진이 설득했고, 이민호도 어떤 롤을 해야 할지 납득하고 촬영에 임했다. 아마 이민호가 많이 당황스러웠을 거다. 촬영이라고 한다면 ‘슛 들어갈게요’ 이러면서 시작되는 그런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우리의 머릿속에는 다 함께 짐 들고, 이동하고 하는 모든 게 ‘촬영’이니까.(웃음) 초반에는 서로의 생각을 알고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이 꽤나 길었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호도 적극적으로 임했고, 우리도 그런 이민호를 보며 걱정이 사라졌다. 점차 손발이 맞아가서 나중에는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조) 제가 갔을 때에는 이미 이민호가 짐을 들고 눈 덮인 산을 스태프들과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스태프인 줄 알았는데 보니까 이민호였다.(웃음)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끝나니 이민호가 그렇게 스태프의 한 명처럼 촬영장에 녹아있더라. 전혀 연예인 같지 않았달까. 처음부터 그런 줄 알았는데 촬영본을 싹 모아놓고 보니 ‘정말 엄청난 일을 했구나’ 싶었다. 그가 산에서 넘어지고, 습지에서 구르면서 촬영에 익숙해진 거였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합이 맞아가는 제작진과 이민호를 보며 가장 이상적인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민호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신기한 경험이라고 느낄 것 같다.
Q. 이민호의 출연료가 0원이라는 사실이 제작발표회에서 알려져 화제가 많이 됐다.
A. (김)출연료는 그쪽도 고려대상이 아니었을 거다. 다큐멘터리 작업 자체가 수익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가 있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럴 바에는 선의를 가지고 좋은 뜻에서 재능기부를 하자고 결정한 듯하다. 출연료가 걸려 있었다면 아마 못 했을 것이다. 우리끼리 출연료를 걱정하고 있었는데 선뜻 이민호 쪽에서 (재능기부)이야기를 꺼냈다. 고마웠다.
(조)이민호란 사람 자체가 정말 소탈하다. 땅바닥에도 잘 누워있고 한다(웃음). 이민호가 국회에서 ‘국가 브랜드 대상’을 타가지고 온 날도 그랬다. 그런 큰 상을 받은 걸 보면 그제야 현실을 깨닫고 ‘우리 프리젠터가 이 정도의 사람이지’라고 깜짝 놀라다가도, 막상 촬영장에 이민호가 돌아오면 다 같이 박수 ‘와’ 한 번 쳐주고 바로 짐 들고 산 올라갔다.(웃음)
Q. ‘DMZ, 더 와일드’가 이민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됐다. 알고 있었나.
A.(김) 우리는 ‘DMZ, 더 와일드’가 이민호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줄 몰랐다. 이민호는 아마 이 작품이 자신의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거라고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민호가 ‘DMZ, 더 와일드’를 고를 때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을 전해 듣긴 했다. 정말 대단한 선택이었다. 우리가 그를 스타로 전혀 대우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군소리 없이 스태프의 일원이 돼 우리와 함께 해줬다. 한류스타인 이민호가 우리와 함께 배고프게, 바쁘게 촬영에 임해준 것이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yjh030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