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맨쉽 낙마에 스크럭스까지 부상
살아나는 선발진과 '토털 야구'로 버티기 돌입
큼지막한 어금니 몇 개가 빠졌다. 선두 탈환을 눈앞에 두고 악재가 찾아왔다. 그러나 튼튼한 잇몸으로 어금니가 다시 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기에 들어갔다. 선두 0.5경기차 2위 NC 이야기다.
NC는 9일부터 11일까지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 3연전을 싹쓸이했다. 올 시즌 NC가 거둔 여섯 번째 '스윕 승'이다. 앞선 롯데와 3연전 중 두 경기를 챙겼던 NC는 5연승을 질주하며 선두 KIA에 0.5경기 차로 다가섰다.
그러나 팀 사정을 들여다보면 연승이 기적에 가까운 모양새다. NC는 지난달 중순, '에이스' 제프 맨쉽이 팔꿈치 부상으로 빠졌다. 개막 7경기서 전승을 거두며 팀 상승세를 주도했던 맨쉽의 결장은 뼈아팠다. 거기에 토종 선발들이 기대만큼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우리에게 6월은 비상이다. 변칙 운용을 마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다양한 선수들에게 선발 기회를 주며 맨쉽이 올 때까지 버티겠다"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NC는 에릭 해커를 축으로 이재학, 최금강이 꾸준히 선발로 나서고 있다. 거기에 '영건' 구창모가 최근 세 경기서 17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 평균자책점 0.51을 기록 중이다. 괄목상대할 내용이다.
선발진이 구색을 갖춰가자 이번에는 타선이 말썽이다. 주축 타자들이 차례로 엔트리에서 빠지고 있다. 시작은 나성범이 끊었다. 나성범은 지난달 27일 마산 한화전서 수비 도중 오른 손목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다. 벤치에서 대기하며 치료했지만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며 결국 1일,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말소 직후까지만 해도 김경문 감독은 "열흘을 딱 채우면 올릴 생각이다. 별도의 퓨처스리그 출장 없이 마산에서 재활하다 1군에 콜업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열흘을 채운 11일에도 나성범의 콜업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NC 관계자는 "수비 훈련은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지만 완벽한 타격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라며 "아무래도 지난 2013년 오른 손목 수술을 받았던 전력 탓에 본인도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엎친 데 덮친 격, 타선의 중심을 잡던 재비어 스크럭스마저 빠졌다. 스크럭스는 지난 9일 kt전 도중 스윙을 크게 하다 옆구리 통증을 느꼈다. 병원 검진 결과 우측 옆구리 복사근 손상. 최소 4주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사실상 전반기 아웃이다. 스크럭스는 올 시즌 58경기서 타율 2할8푼4리, 17홈런, 49타점으로 KBO리그에 연착륙 중이었다. 그의 낙마가 뼈아픈 이유다.
김경문 감독이 말하던 '비상 시국'의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NC는 나성범과 스크럭스가 빠진 10일과 11일 kt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kt라고는 하지만 비상 상황의 NC가 헤쳐나갈 청사진이 제시된 경기였다.
김경문 감독은 두 경기 모두 클린업트리오를 박민우-박석민-모창민으로 꾸렸다.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박민우는 타율 1할6푼7리(6타수 1안타), 박석민은 5타수 무안타, 모창민은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승리할 수 있었던 건 두터운 선수층 덕분이었다. 두 경기서 타율 4할2푼9리(7타수 3안타)를 기록한 '리드오프' 이종욱을 필두로 지석훈(1홈런), 이상호(5타수 2안타)가 기회를 잡았다. '대타' 강진성과 이재율도 제몫을 다했다. NC는 승부처라면 대타, 대주자 가리지 않고 선수단 전원이 투입되는 토털 야구로 위기를 헤쳐나갈 가능성이 높다.
마운드의 안정도 반갑다. 11일 경기에 선발로 나선 이형범은 6⅓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볼넷을 단 하나만 내주는 공격적인 투구는 김 감독이 늘 말하는 '뱃심 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거기에 이재학과 최금강도 반등하는 흐름. '단디4'라고 불리는 필승조가 든든하니 선발진이 버텨주면 승리 방정식이 완성된다.
거기에 나성범이 복귀한다면 타선은 중심축을 갖게 된다. NC는 그렇게 투타 외인 없는 6월을 버텨야 한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로 맨쉽과 스크럭스가 돌아온다면 NC의 전력은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6월까지는 힘을 비축한 뒤 후반기에 치고 나가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밑그림에 붓과 물감이 더해지는 셈이다.
대진운마저 좋지 않다. NC는 앞으로 2주간 넥센, 두산, SK, KIA를 차례로 만난다. 이 중 KIA와 3연전을 제외하면 모두 수도권 원정. 열흘 이상 집을 떠나있어야 하는 셈이다. 무더위가 겹치며 여러 모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분명 위기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늘 "언제나 위기라고 생각한다. 선두 KIA 경기 결과보다 우리보다 순위가 낮은 팀들의 결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라며 짐짓 겸손함을 드러내왔다. 어금니만큼이나 강한 잇몸의 힘을 발휘할 때가 왔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