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의무는 균형을 이뤄야 한다. 중국 근대 사상가 양계초의 '신민설'에 따르면 권리와 의무는 서로 의지해 성립하는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 응당 얻는 권리가 있으며 또한 태어나서 응당 다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 이 둘의 양이 적절하게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고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은 문명 사회의 상징이라고 했다.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인터뷰할때마다 의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2012년 KBO리그 복귀 이후 삼성의 세 차례 우승에 이바지한 그는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 선수단의 목표이자 팬들에 대한 의무"라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야구를 향한 열정은 한결같다. 그는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자 의무"라고 자신을 낮춘다.
이승엽은 1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 경기에서 6회 우월 투런포를 그리며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일본 진출 기간인 2004~2011년을 제외하면 1997년부터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장종훈·양준혁(이상 15년), 박경완(14년)에 이어 역대 4번째 기록.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0-1로 뒤진 4회 구자욱의 내야 안타, 다린 러프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서 한화 선발 카를로스 비야누에바에게서 우전 안타를 때려냈다. 2루 주자 구자욱이 홈을 밟으며 1-1 균형을 이뤘다. 그리고 2-3로 뒤진 6회 1사 1루서 비야누에바의 3구째를 잡아당겼고 우월 투런 아치로 연결시켰다. 비거리는 120m.
이승엽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1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 정말 조금도 의미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대기록 달성에도 의미를 두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중심타자로서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홈런을 연속으로 쳐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 10홈런은 큰 의미 없다"는 게 이승엽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선수들이 이제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생겼다. 예전처럼 언제든 홈런과 안타를 칠 수 있는 타선은 아니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본을 지키는 야구를 하면서 좋아지고 있다. 남은 시즌에도 홈런을 더 많이 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BO리그가 낳은 최고의 스타 이승엽. 철저한 자기 관리와 끊임없는 노력 그리고 단 한 번도 잡음을 일으키지 않을 만큼 깨끗한 사생활 등 흠잡을 데 하나 없는 완벽 그 자체다. 그렇기에 '국민타자'라는 최고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누리는 게 아닐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