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인생투' 이형범, 배짱으로 만든 생애 첫 승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11 19: 33

NC 선발진에도 '난세의 영웅'이 나타났다. 그 주인공은 이형범(23)이다.
이형범은 11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등판, 6⅓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단 82개에 불과했다.
타선도 5득점으로 이형범의 어깨를 풀어줬다. 지난 2012년 NC의 특별 지명을 받아 입단한 이형범은 1군 진입 5년, 14경기 만에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이형범은 올 시즌 시작을 불펜에서 맞았다. 그러나 공격적인 투구 내용으로 김경문 NC 감독을 사로잡았다. 불펜 등판 10경기서 16⅔이닝을 책임지며 승패나 세이브, 홀드를 기록하지는 못했으나 평균자책점은 0.00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창원 KIA전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이형범은 4⅓이닝을 던졌는데 투구수는 56개에 불과했다. 김 감독은 "긴 이닝을 막아준 것도 의미 있지만, 아웃카운트를 빠르게 잡아간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라며 그에게 선발등판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형범은 지난 6일 창원 롯데전서 생애 첫 선발등판, 3이닝 2실점(1자책)을 기록한 바 있다.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내용.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을 예고했다. 그리고 이날 등판에서 배짱 있는 투구로 데뷔 첫 승을 따냈다.
삼자범퇴 이닝은 3회 단 한 번에 불과했다. 그 외 이닝은 매번 주자를 내보냈다. 그럼에도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던 건 공격적인 투구 덕분이었다.
이형범이 한 이닝에 두 명의 주자를 내보낸 건 2회 단 한 번뿐이었다. 그나마도 두 개의 안타 사이에 병살타가 섞여 큰 위기가 아니었다. 1회부터 5회까지는 무사사구 피칭. 6회 정현에게 내준 볼넷이 이날 경기 첫 사사구였다. 정현은 후속 박경수의 3루 땅볼 때 2루를 밟았다. 이형범이 처음으로 주자를 득점권으로 보낸 순간이었다. 그러나 유한준을 3루 땅볼로 솎아내며 실점을 억제했다.
이날 호투로 이형범은 평균자책점을 종전 0.46에서 0.35까지 내렸다. 물론 이닝이 적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지만 이형범이 얼마나 당차게 경기를 운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NC는 '에이스' 제프 맨쉽이 빠진 데다 토종 선발 최금강의 부진이 겹치며 마운드에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다. 김경문 감독마저 "6월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변칙 운용도 마다할 수 없다"라고 선언했다. 그런 난세에서 영웅이 등장했다. 뚝심있게 기회를 준 건 김경문 감독이다. 하지만 그걸 챙긴 건 이형범 본인이다.
감동의 첫 승.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ing@osen.co.kr
[사진] N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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