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쪽의 입장과 말이 다르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동을 했는지, 그리고 받아들이는 이의 생각이 어떤 지가 문제의 중심이다.
지난 10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두산 베어스 오재원(32)이 퇴장을 당한 상황을 재구성해보면 그 상황에 대한 양 측의 이해도, 그리고 받아들이는 말의 어감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재원은 10일 울산 롯데전, 8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하지만 2-4로 뒤지던 5회초, 무사 2루 풀카운트에서 롯데 강동호의 6구 127km짜리 슬라이더를 그대로 바라보고 삼진을 당했다.
상황은 여기서 발생했다. 오재원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납득하지 못했다. 바깥쪽 높은 코스에서 돌아서 떨어지는 공이었기에 오재원으로서는 배트를 내기가 힘든 공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오재원은 판정을 납득하지 못했다. 곧장 구심이던 문승훈 구심에게 다가가 판정에 대해 어필했고, 다소 격하게 분함을 표출했다.
문승훈 구심도 오재원의 득달같이 달려들자 망설이지 않고 퇴장 판정을 내렸다. 이후 오재원은 더욱 화를 참지 못했다. 강동우 1루 코치와 김태형 감독이 나와 오재원을 말렸지만 덕아웃으로 돌아설 때까지 오재원은 그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표출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에 관련된 판정은 번복이 불가한 사항이고, 심판 판정의 고유 권한이다. 다만, 오재원으로서는 아쉬움을 격하게 표현한 것이 화를 불러왔다. 표현의 어감이 받아들이는 사람과의 괴리가 있었다.
우선 두산 측에서는 오재원의 퇴장 상황에 대해 “오재원 선수가 삼진 판정 이후 '아!' 라고 외쳤는데 문승훈 구심이 '아이씨!'로 듣고 퇴장 명령. 오재원은 욕을 한 게 아닌데 왜 퇴장 명령을 내렸냐고 재항의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이날 구심을 맡은 문승훈 심판위원의 말은 달랐다. 그는 “판정을 내리고, 오재원 선수가 ‘아이씨!’라고 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다. 이후 좀 전의 말에 대해 다시 물었고, 오재원 선수가 ‘욕은 하지 않았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그 행동이 위협적이었고, ‘아이씨’라고 과격하게 표현해서 퇴장 조치를 내렸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 심판위원은 “분명 선수들이 아쉬워 할 수 있다. 아쉬움의 표현으로 하는 것은 보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오재원과 같은 행동은 과했다”고 덧붙였다. 즉, 격한 아쉬움의 표현과 어감 자체가 받아들이는 심판진들에게 다르게 다가온 것이다.
심판진과 선수들 사이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스트라이크-볼 판정에 대한 불만에 대해서 문 심판위원은 “내가 심판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불만과 논란들은 언제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특히 올 시즌에는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으로 인해 판정에 대한 논란이 더 극심해졌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은 항의의 대상이 아니기에 그 논란은 수면 아래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이 과정에서 선수와 심판들 간의 합의와 존중이 제대로 이뤄진 지는 의문이다. 불신과 오해들로 인해 심판진과 선수들 사이의 갈등이 오재원의 행동으로 촉발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문제이긴 하다. /jhrae@osen.co.kr
[사진] 아래-SBS스포츠 중계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