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배영수!".
10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친정팀 삼성을 상대한 한화 선발 배영수(36)가 9회초 두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부터 구장에는 그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이 가득 울려퍼졌다. 10-2 한화 쪽으로 승부가 기운 시점, 모든 이들의 시선은 배영수의 완투승에 쏠렸다.
마지막 타자 김정혁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완투승이 확정된 순간, 홈팀 한화팬뿐만 아니라 원정팀 삼성팬들까지 배영수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 등번호 25번의 삼성 시절 배영수 유니폼을 들고 온 팬들도 보였다. 승패를 떠나 양 팀 팬들이 한마음으로 배영수의 완투승을 축하했다.
배영수는 삼성에 청춘을 바친 선수다.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을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다. 2014년 시즌 후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삼성의 우승을 위해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도록 던진 투혼은 잊혀 질 수 없는 역사. 그런 삼성에 완투승을 거뒀으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배영수는 "오늘 진짜 마음먹고 한 번 던져봤다. 삼성에서 변화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을 텐데 140km대 초반 직구로라도 계속 힘으로 과감하게 밀어붙였다"며 "삼성은 워낙 내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어떤 패턴으로 갈지 알기 때문에 (역으로) 직구로 한 번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승부한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배영수의 말대로 삼성은 그를 워낙 잘 알고 있다. 종전 두 차례 맞대결에서 배영수를 모두 5회 이전에 끌어내렸다. 2015년 7월24일 대전에서 첫 맞대결 때 배영수는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고, 지난 4월11일 대구 경기에도 3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1사구 2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승패는 기록하지 않았지만 조기 강판 당했다.
하지만 3번째 대결은 달랐다. 최고 143km, 평균 140km 안팍의 빠르지 않은 직구를 몸쪽으로 바짝, 정교하게 붙였다. 절친한 선배 이승엽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2회 첫 타석부터 깊은 몸쪽 공을 던졌고, 이승엽과 눈이 마주치기도 했다. 집요한 몸쪽 승부 끝에 이승엽을 첫 타석 삼진 처리했다. 4회 중견수 뜬공, 7회 유격수 땅볼, 9회 투수 땅볼로 4타수 무안타 완승.
배영수는 "승엽이형에게도 과감하게 몸쪽을 던졌다. 승엽이형이 마지막 시즌인데 잘 챙겨준 형과 계속 붙으니까 나도 감회가 새로웠다"며 "형이 동생을 좀 봐준 것 같다"고 겸손하게 반응했다. 이날까지 포함 역대 3경기에서 배영수-이승엽의 투타 맞대결 성적은 8타수 무안타 1삼진. 배영수의 압도적 우세다.
배영수의 가장 최근 완투는 삼성 시절인 지난 2014년 6월25일 넥센전으로 지금은 쓰지 않는 대구시민야구장에서 거뒀다. 배영수는 "너무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며 웃은 뒤 "개인적인 완투승보다 팀이 이긴 것이 더 중요하다. 전날 불펜에 데미지가 있었고, 정말 독하게 마음 먹고 올라갔다. 너무 이기고 싶었다. 팀이 어려울 때 이겨서 기분 좋다. 우리 팀에도 분명 치고 올라갈 찬스가 올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경기 후에도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온힘을 다한 배영수. 친정팀과 맞대결이란 개인적인 감상에 젖을 여유도, 생각도 없었다. 오로지 한화 승리에 모든 걸 쏟아부은 하루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