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에 서겠다는 일념 하나로 태평양을 건넌 황재균(30·샌프란시스코)의 거취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지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옵트아웃’ 조항을 놓고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다.
황재균은 지난겨울 국내 구단들의 거액 제시를 뒤로 하고 샌프란시스코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었다. 따뜻한 안방을 벗어나 험난한 경쟁이 기다리는 곳으로 과감한 도전을 선택한 것이다. 오직 최고의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는 도전의식 하나로 태평양을 건넜다. 다만 아직까지는 MLB 무대에 서지 못했다. 줄곧 트리플A 무대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곧 황재균을 콜업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가 줄을 잇고 잇는 것은 사실이다. 지구 최하위권으로 추락한 샌프란시스코가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MLB에 올려 미래를 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바비 에반스 단장을 비롯한 샌프란시스코 수뇌부는 결정까지는 다소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황재균의 거취가 관심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황재균은 계약 당시 두 번의 옵트아웃(잔여계약을 포기하고 FA 자격을 획득) 권리를 계약서에 넣었다. 해당 시점까지 MLB 무대에 콜업되지 않을 경우 FA 자격을 얻어 다른 방향을 타진할 수 있다. 한 번은 스프링 트레이닝이 끝나는 3월 말이었다. 이것은 이미 지나갔다. 두 번째는 현지 시간으로 7월 1일이다.
황재균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타 팀의 관심을 살 만한 세부 내용이었다. 그러나 옵트아웃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라는 구단 자체에 애정이 있었다. 이 명문팀에 끌렸다. 두 번째는 다른 팀도 사실상 25인 로스터 정비가 마무리된 시점이었다. 이적한다고 해도 바로 MLB에 올라간다는 보장이 없었다. 차라리 캠프 기간 중 적응한 샌프란시스코에 남아 도전하는 것이 편했다.
그러나 두 번째 옵트아웃은 다르다. 야구선수로서 전성기를 달릴 나이에 트리플A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아무리 샌프란시스코가 매력적인 팀이라지만 시간이나 금전이나 모두 손해다. 시즌 중반으로 갈수록 로스터 이동이 활발해지는 특성, 시즌을 넌지시 놓는 팀들이 생기는 특성상 현재는 3루수가 필요한 팀들이 몇몇 보인다. 황재균은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황재균을 6월 중 콜업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옵트아웃에 대한 황재균의 생각은 매우 간단명료하면서도 또 옳다. 황재균은 시즌 초 “옵트아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옵트아웃을 생각하기 전 MLB에 올라가는 것이 가장 좋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동의하면서도 “옵트아웃은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적응해서 내가 하던 야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것을 해놓고 나서 이야기를 하든지 말든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재균은 두 달이 넘게 그런 야구를 하기 위해 노력했다. 초반에는 열악하고 낯선 환경에 시련도 겪었으나 이내 극복하고 타격 페이스를 바짝 끌어올렸다. 황재균이 말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가 황재균을 콜업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다만 KBO 유턴이 우선 선택지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MLB 도전에 대한 선수 스스로의 의지가 강한 것만은 분명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