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켈리, 200이닝-200K 대업 도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11 06: 06

SK의 에이스 메릴 켈리(29)가 팀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개인 한 시즌 최다승이 유력한 가운데 KBO 리그 역대 11번째 200이닝-200탈삼진 동반 달성의 후보자로도 떠올랐다.
켈리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117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한 끝에 7이닝을 3실점으로 막아내고 승리를 챙겼다. 팀의 연패가 길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에이스의 몫을 톡톡히 한 것이다. 켈리의 시즌 7승째. 리그에서 승운이 없는 대표적인 투수인 켈리는 지난해 31경기에서 3.6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9승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전반기가 끝나기 전 작년 전체 수치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실 시즌 초반에는 다소간 불안감도 있었다. 1~4회를 잘 던지다가도 5~6회부터는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피안타와 탈삼진이 동시에 증가한 것도 의아한 대목이었다. 물론 투구수를 아끼기 위해 공격적인 승부를 하는 것도 있지만, 소나기 안타를 맞으며 실점하는 빈도가 작년에 비해 늘어났다. 한 심판위원은 시즌 초반 “켈리의 구위는 여전히 좋다. 힘이 있다”라면서도 “작년에 비하면 몸쪽 코스에 들어오는 공끝이 조금 무뎌지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도 “그 문제에 대해 켈리와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힐만 감독이 지적하는 부분은 승부처에서 스트라이크 능력이었다. 힐만 감독은 이른바 ‘퀄리티’있는 스트라이크를 강조한다. 같은 스트라이크라고 해도 한가운데 몰리는 공과 타자가 치기 까다로운 코스를 파고드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다만 켈리의 경우 승부처에서 스트라이크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쨌든 최근 등판에서는 실투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꾸준한 이닝소화가 이뤄지고 있다. 켈리는 최근 7번의 등판에서 6승을 거뒀다. 이 중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6번이었다. 6이닝을 못 던진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피안타는 여전히 많지만 위기관리능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4점대에 머물던 평균자책점도 3.80까지 낮췄다.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은 있지만 켈리는 켈리다. 앞으로도 이 정도 활약은 꾸준히 보여줄 공산이 크다. 이미 능력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그렇다면 2년 연속 200이닝을 넘어, 개인 첫 200탈삼진 시즌도 기대를 걸 수 있다. 켈리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85⅓이닝을 던졌다. 부상 없이 지난해와 같은 31경기를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203이닝 정도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
여기에 가공할 만한 탈삼진 능력도 관심거리다. 켈리는 총 89개의 삼진을 잡아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역시 이 페이스대로 31경기를 던지면 200탈삼진도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즌 끝까지 힘을 이어가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기본적인 구위에다 플러스급 변화구가 많은 켈리라 200탈삼진이 꿈은 아니다.
200이닝-200탈삼진 동반 달성은 KBO 리그 역사상 10번밖에 없었던 대업이다. 장명부(1983), 최동원(1984·1986), 김시진(1985), 선동열(1986·1991)이라는 당대의 거성들이 리스트를 만들었고, 주형광(1996), 정민철(1996)로 명맥이 이어졌다. 그러나 21세기 들어서는 단 2번밖에 없다. 에르난데스(2001), 그리고 류현진(2006) 뿐이다.
당시 신인이었던 류현진은 201⅔이닝, 그리고 204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아슬아슬하게 이 기준을 충족시켰다. 류현진 이후 11년 동안 나오지 않은 기록이다. 기본적으로 200이닝을 소화하는 선수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200탈삼진은 오히려 200이닝보다 더 어려운 기록이다. 동시달성의 난이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켈리의 도전은 더 가치가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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