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3G ERA 6.10…불펜 17G ERA 2.59
불펜 재전환 후 10G 무실점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시즌 도중 불펜으로 위치를 바꾼 이민호(24)가 그야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민호는 10일 창원 마산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팀이 4-1로 앞선 8회 구원등판, 2이닝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따냈다. 시즌 2세이브째.
올 시즌 이민호는 20경기에 등판해 34⅔이닝을 소화하며 2승1패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평범해보이는 성적. 기록을 세분화하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이민호는 올 시즌 선발등판한 3경기서 10⅓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치며 1승1패 평균자책점 6.10을 기록했다. 하지만 구원등판한 17경기서는 24⅓이닝을 책임지며 1승 2세이브, 평균자책점 2.59를 기록 중이다. 완전히 딴판인 셈이다.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외인 원투펀치' 에릭 해커와 제프 맨쉽을 축으로 이재학-최금강-구창모까지 5선발진을 구축했다. 이민호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불펜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재학이 부진하며 선발진에 공석이 생겼다. 김경문 NC 감독은 장현식을 투입했지만 마뜩찮았다. 결국 4월말 "이민호를 선발로 투입한다"라고 밝혔다.
이민호는 5월 4일 창원 LG전서 첫 선발등판 기회를 가졌으나 4이닝 3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이후 두 경기서 6⅓이닝 6실점으로 1승1패.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때 이민호는 최일언 투수코치에게 "선발투수로 나서 많은 공을 던지는 게 부담스럽다"라는 의사를 피력했다. 최일언 코치는 김 감독에게 보고했고 이민호는 다시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다.
팀 사정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NC는 5월 중순, 맨쉽이 팔꿈치 부상으로 로테이션에 빠졌다. 빨라도 6월 말에나 복귀가 가능한 상황. 거기에 최금강도 들쭉날쭉했기 때문에 선발진이 텅텅 비었다. 김경문 감독이 공식적으로 "비상이기 때문에 다양한 변칙 운용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할 정도였다. 정수민, 이형범 등 영건들에게까지 선발 기회가 돌아갔다.
그럼에도 이민호는 불펜으로 고정했다. 이민호는 5월 21일 SK전서 다시 불펜으로 나서 3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했다. 구원투수 전환 후 10경기서 16⅔이닝 무실점. 특히 1이닝 이상 투구한 게 열 번 중 여덟 번이다. 단순히 1이닝용이 아닌 긴 이닝을 중간에서 지워주는 것이다. 이민호는 원종현-김진성-임창민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필승조에 숨통을 트이게 만드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도 선수의 고민을 들어준 김경문 감독의 결단에 제 역할을 십분 수행하는 이민호의 활약이 더해져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시즌 중에 두 차례나 보직을 바꿨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NC 팬들은 '이민호는 불펜이 딱이다'라며 '이불딱'이라는 별명을 그에게 안겨줬다. 가뜩이나 리그 최강의 필승조를 구축해둔 NC가 이민호라는 든든한 지원군으로 그 위용을 더욱 견고히 만들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