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화를 구한 구세주는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5)였다. 한화 이적 후 처음이자 3년만의 완투승을 거둔 배영수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가 5연패를 끊었다.
배영수는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벌어진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과 홈경기에 선발등판, 9이닝 9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2실점 완투승으로 한화의 10-2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는 지난 3일 대전 SK전부터 시작된 5연패 사슬을 끊었다.
배영수 개인적으로는 삼성 시절인 지난 2014년 6월25일 대구 시민 넥센전(9이닝 3실점) 이후 1081일만의 완투승. 통산 11번째 완투를 한 배영수는 시즌 6승(3패)이자 통산 134승(112패)째를 수확했다. 134승은 김원형 롯데 투수코치와 함께 역대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 KBO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배영수는 이제 선동렬 전 KIA 감독의 146승 기록에 도전한다.
무엇보다 친정팀 삼성 상대로 거둔 첫 승이란 점에서 의미 있었다. 지난 200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2014년까지 15년간 삼성에서 에이스로 청춘을 바친 배영수는 FA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삼성과 두 차례 맞대결을 벌였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첫 대결은 이적 첫 시즌이었던 지난 2015년 7월24일 대전 경기. 당시 배영수는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어 지난 4월11일 대구 경기에도 3⅔이닝 8피안타(1피홈런) 1사구 2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무너져 조기 강판됐다.
하지만 삼세번은 지지 않았다. 한화가 최근 5연패로 주춤하고 있는 상황, 막중한 부담을 안고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의 기합이 잔뜩 들어갔다. 1회 시작부터 삼성 1번 박해민을 몸쪽 꽉 차는 직구로 루킹 삼진, 3번 구자욱을 낮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뺏어내며 삼자범퇴로 시작했다. 변화구 대신 직구를 결정구로 활용, 힘 대 힘으로 과감하게 승부를 들어갔다.
2회에는 절친한 선배 이승엽에게 집요한 몸쪽 승부 끝에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3회까지 퍼펙트 행진으로 위력을 과시한 배영수는 4회 2사 후 구자욱에게 우중간 2루타, 다린 러프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첫 실점했지만 이승엽을 중견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다.
6회 김상수에게 우중간 2루타에 이어 러프에게 좌중간 적시타로 추가점을 내줬지만 여유 있게 득점을 지원한 타선의 도움을 받아 여유를 잃지 않았다. 7회 2사 1·2루에서 대타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 포크볼로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8회에도 선두 박해민을 번트 안타로 출루시켰지만 정병곤에게 투수 앞 땅볼을 이끌어낸 뒤 1-4-3 병살로 연결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배영수는 러프를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3구 삼진 처리한 뒤 이승엽을 투수 땅볼 처리했다. 완투승이 눈앞에 다가오자 이글스파크는 배영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마지막 타자 김정혁마저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배영수는 두 팔을 번쩍 들었다. 총 투구수는 106개로 스트라이크 80개, 볼 26개.
140km대 초반 빠르지 않은 공에도 직구를 낮게, 좌우 코너워크로 던지며 병살타 2개 포함 15개의 땅볼 아웃을 이끌어냈다. 최고 구속은 143km로 빠르지 않았지만 직구(59개) 투심(3개) 중심으로 슬라이더(20개) 체인지업(20개) 포크볼(4개)을 섞어 던졌다. 시즌 처음이자 한화 이적 후 3년 만에 개인 최다 9이닝 투구까지 성공, 전날 알렉시 오간도의 부상 강판으로 부하가 쌓인 불펜 소모도 막았다.
경기 후 배영수는 "오늘 진짜 마음먹고 한 번 던져봤다. 요즘 계속 퐁당퐁당해서 거기에 대해 고민 많았는데 오늘은 그냥 직구로 한 번 붙어보자는 식으로 한 것이 주효했다. 140km대 초반 직구로도 과감하게 힘으로 밀어붙였다. 포수 (차)일목이형의 미트질도 좋았고, 최대한 빠르게 공격적으로 붙었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강강강'으로 한 것이 통했다"며 "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 번은 올라갈 기회가 올 것이다"고 자신했다.
한화는 이날까지 패했다면 최근 6연패에 최하위 삼성으로부터 1.5경기차까지 추격당할 수 있는 위태로운 처지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 출신 배영수가 친정팀 상대 첫 승을 거두며 위기의 한화를 수렁에서 구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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