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텔’ 대신 ‘윈성’?
해외 IT 전문매체 더버지(TheVerge)는 “인공지능(AI) 비서 전쟁이 시작됐다. 아마존,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거대 기업들이 모두 참전했다”며 “이 전쟁에서 MS와 삼성이 힘을 합쳐야 된다고 생각한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약자인 MS와 소프트웨어 약자인 삼성이 동맹을 구성한다면 앞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 모두 AI 비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MS는 AI 비서 코타나 보급에 힘쓰고 있지만, 윈도우 폰 사용자가 극소수이다 보니 안드로이드와 iOS용 코타나를 개발해야 되는 처지다. 반면 삼성은 야심차게 갤럭시 S8에서 AI 비서 빅스비를 탑재했지만, 부족한 완성도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빅스비는 갤럭시 S8 출시가 두 달이 지나도 아직 영어가 지원되지 않아 미국 사용자들 사이에서 큰 원성을 사고 있다.
더버지는 “만약 갤럭시 S8의 빅스비 전용 버튼이 빅스비 대신 코타나를 제공했다고 가정해봐라. MS는 가장 인기있는 안드로이드 폰에 AI 비서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점유율과 서비스 향상을 위한 빅 데이터 수집이 가능했다. 삼성전자 역시 빅스비 개발을 서두를 필요 없이 구글과 아마존을 견제할 수 있는 우수한 AI 비서를 핸드폰에서 서비스 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얼핏 들으면 그럴 듯 해보이지만 쉽지 않은 결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더버지 역시 “어쩌면 MS는 여전히 윈도우 폰이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삼성전자 역시 빅스비의 잠재적인 경쟁자로 코타나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고 인정했다. 더버지는 “아마 두 회사 모두 최종적으로는 나쁜 생각이라는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MS와 삼성전자의 동맹이 적어도 한 번은 이야기가 오갔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더버지는 삼성전자가 제공한 갤럭시 S8 MS 에디션(오피스, 원드라이브, 아웃룩)처럼 전용 코타나 탑재도 가능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MS는 애플과 더불어 구글과 아마존이 독점하고 있는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 뛰어들었다. 더버지는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 스피커 관련 특허를 등록했지만, 구체적으로 개발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MS가 개발한 ‘인보크’ 스마트 스피커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 카돈과 협력하에 개발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더버지는 “스마트 가전(Iot)의 전초전으로 스마트 스피커가 떠오르긴 했지만 스마트 스피커는 어디까지나 일부분에 불과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의 AI 비서이다. 삼성전자가 만약 안드로이드 폰에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대체하고 싶다면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대신 타이젠(Tizen)을 개발한 사례에서 이미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버지는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애플 시리를 제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빅스비가 아니라 코타나”라고 조언했다.
두 회사가 협력하면 PC 시대 윈텔(MS+인텔) 동맹처럼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회사의 동맹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한 번 시작한 빅스비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 MS 역시 크로스 플랫폼을 강조하고 있지만 자사 하드웨어가 아닌 타사 하드웨어에 인공 지능을 전용으로 제공하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따라서 AI 시장에 큰 파동을 가져올 수 있는 윈성(MS+삼성) 동맹 결성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