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알쓸신잡’, 나영석 그리고 유시민..‘쓸데없는’ 예능의 필요성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7.06.10 10: 30

 쓸데없다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그래서 나영석 PD는 특별하다. 매분, 매초 단위로 경쟁하는 한국 사회에서 필요 없는 것을 찾아다녔다. 늘 조금은 불편한 여행, 어려움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늘 성공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알쓸신잡’은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평균 시청률은 5.7%, 최고 시청률은 7%를 기록하며 지난주 방송된 첫 방송 시청률 수치를 넘어섰다. ‘윤식당’, ‘삼시세끼’ 등의 시청률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사상 최악의 자연환경에서 고군분투 중인 ‘정글’에 맞서 선전 중이다.
‘알쓸신잡’ 지난 방송분에서는 유시민이 ‘서울대 프락치 사건’ 주동자로 몰려 억울하게 구속돼서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하는 이유를 담은 글이다. 당시 유시민이 연루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은 서울대에 잠입한 수사기관 정보원이라고 의심받는 4명을 서울대 학생들이 연행 조사하면서 폭행한 사건이다. 유시민은 이 사건의 주동자로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 위반으로 심판받았다.

유시민은 차분하고 논리적인 어조로 1980년대 중반 서슬 퍼런 군사정권의 민주주의 유린 행위에 대해 논했다. 당시 26살인 청년 유시민의 글은 법조인, 대학생, 정치인 등의 가슴을 울렸다. 총이 아닌 펜이 담긴 힘을 느낄 수 있는 글이었다.
‘알쓸신잡’이 자랑하는 술자리 토크가 아니었다면 진솔한 항소이유서를 쓸 당시 유시민의 심정을 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쓸데없어 보이는 네 아저씨의 술자리 이야기는 대한민국 역사의 한 현장을 그대로 담아냈다. 친목과 사교의 자리에 지나지 않을 순간을 예능으로 포착해내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결국 새로운 것은 쓸데없는 것에서 나온다. 그리고 누군가의 쓸데없어 보이는 일상의 가치를 나영석 PD는 기가 막히게 낚아챈다. ‘알쓸신잡’이 시청률이나 흥행 면에서는 다른 시리즈들은 넘어서지 못할지 모르지만 웃음과 재미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는 점에서 분명 가치가 있다./pps2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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