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파워 등장’ 스탠튼 독주 시대 끝났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10 06: 39

지안카를로 스탠튼(28·마이애미)은 ‘스탯캐스트’ 시스템의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선수로 뽑힌다. 타구속도와 비거리 등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덕에 스탠튼의 어마어마한 힘은 그 객관적인 공인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최근 메이저리그(MLB)에서 ‘힘=스탠튼’이라는 공식은 절대 진리였다.
그런데 올해는 스탠튼의 독주 체제가 깨질 조짐이 보인다. 그간 평균타구속도, 평균비거리 등에서 죄다 시즌 상위권 기록을 쓸어 담은 스탠튼의 아성에 도전하는 젊은 타자들 때문이다. 애런 저지(25·뉴욕 양키스)와 조이 갈로(24·텍사스), 미겔 사노(24·미네소타) 등이 그들이다. 오히려 올 시즌은 일부 부문에서 스탠튼을 뛰어넘을 가능성, 혹은 스탠튼이 아예 왕좌에서 내려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MLB에 데뷔한 저지, 2015년 첫 발을 내딛는 갈로와 사노는 올 시즌 리그 홈런 레이스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 타자들이다. 9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저지는 18개, 갈로는 17개, 사노는 15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원동력은 역시 건장한 체구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이다. 홈런을 힘으로만 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힘과 빠른 배트스피드는 누구보다 타구를 빨리, 그리고 더 멀리 날려 보내고 있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2016년 118마일(189.9㎞) 이상의 타구는 MLB 전체 경기를 통틀어서도 딱 12번 나왔다. 이 중 스탠튼이 5개를 기록했다.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었다. 지난해 최장 비거리 홈런(504피트·153.6m)의 주인공도 스탠튼이었다. 2015년 스탠튼의 평균타구속도는 무려 98.5마일(158.5㎞)로 역대 최고 수치였다. 스탠튼이 리그 최고의 타자는 아닐 수 있어도, 적어도 이런 쪽에서는 최고가 분명했다.
하지만 올해는 스탠튼이 주춤한 사이 신예들이 치고 나가고 있다. 올 시즌 116마일(186.7㎞) 이상의 타구는 현재까지 총 20번 나왔는데 이 중 7번이 저지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거구에서 나오는 힘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다. 스탠튼의 시대를 종식시킬 가장 유력한 후보로 손꼽힌다. 어쩌면 체격이나 포지션 등에서 스탠튼의 옛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시련을 겪은 사노도 자신의 잠재력을 완벽하게 발산하고 있다. 사노는 올 시즌 리그에서 평균타구속도가 가장 빠른 선수(98.9마일)다. 2015년 스탠튼의 최고 기록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타율 3할7리, OPS(출루율+장타율) 1.026로 현 시점 성적만 놓고 보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손색이 없다. 평균타구속도 부문에서는 저지(96.5마일)가 2위, 갈로(94.8마일)도 6위를 기록 중이다.
갈로는 두 선수에 비해 돋보이지는 않지만 ‘좌타자’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역대 좌타자 중 갈로만한 힘을 보여준 선수가 많지 않아서다. 갈로는 지난 5월 30일 에라스모 라미레스(탬파베이)를 상대로 타구속도 116.3마일(187.2㎞)의 총알 홈런을 쳐냈다. 이는 ‘스탯캐스트’ 시스템 도입 이후 좌타자가 터뜨린 가장 빠른 타구의 홈런으로 의미가 컸다. 신예들의 등장으로 더 치열해진 MLB판 파워 게임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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