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정병길 감독 "'악녀'가 액션 은퇴작? 사이즈 크게 2~3편 더 할 것"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0 10: 29

 (인터뷰①에 이어) 정병길 감독이 영화 ‘악녀’를 만드는 데 참고한 자료는 없다. 직접 쓴 시나리오에 액션스쿨 동기인 권귀덕 무술감독, 박정훈 촬영감독의 감각적인 시선을 더해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액션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들이 중점을 둔 것은 액션에 대한 새로운 시도였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을 만하다.
오프닝에서 슈팅게임의 한 장면처럼 숙희(김옥빈 분)가 혼자 70여 명의 적을 소탕하는 시퀀스나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면서 칼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는 시퀀스, 빠른 속도로 달리는 마을버스 안에서 칼과 도끼를 이용해 적들의 숨통을 끊어나가는 시퀀스들이 그러하다. ‘악녀’에서 본 액션 신(scene), 더 나아가 시퀀스(sequence)는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정병길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3년 전부터 ‘악녀’라는 작품을 생각했다. 하지만 크랭크인부터 크랭크업, 상영까지 1년 안에 다 끝난 것 같다”며 “VR을 이용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때 생각했던 것들을 ‘악녀’에 녹여냈다. 점프 컷이 피로감을 주기 때문에 한 컷 한 컷으로 가면서 피로를 줄이려고 했다. 오프닝에서는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옮겨가면서 그 흐름을 끊지 않고 싶었다. 처음에 보면 누가 싸우는지 궁금하지 않나. 보는 관객들이 그가 누군지 궁금해 할 것 같았다”고 제작 과정을 밝혔다.

어린 시절부터 액션을 사랑했던 정 감독은 CG를 배제한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을 연출하고자 노력했다. 그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1인칭 시점샷이다. 헬맷에 카메라를 부착한 특수 장비를 만들어 시점샷의 오프닝 액션 시퀀스를 강렬하게 담아냈다. 이는 주인공 숙희에게 몰입하게 만들며 관객들이 마치 그녀가 된 것 같은 살아 있는 경험을 하게 만든다.
정병길 감독은 “원 테이크, 시점샷도 해봤고 그 다음엔 또 어떤 걸 만들어내야 할지 고민이 든다. 다음에는 극도의 쾌감을 주는 샷이나 좀 더 빠르게 달리는 것들을 하고 싶다. 오토바이 액션은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그는 ‘액션 마스터’라 불릴 만큼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액션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는 이유에 대해 “제가 시나리오를 쓴 게 다 액션이더라. 2005년 ‘칼날 위에 서다’로 데뷔했는데 이후 ‘내가 살인범이다’의 시나리오를 쓰게 됐고 그 영화가 잘돼 액션에 좀 더 집중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아직 액션에 대해 개척하고 싶은 게 많아 아쉬운 점이 많다는 그는 “‘내가 살인범이다’를 선보이고 나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하고 싶었던 것들이 다 빠져서다. ‘악녀’에서도 아쉬운 점은 있는데, 유흥업소 신은 초반에 2회 차로 잡았다가 1회 차로 줄이면서 액션을 날렸다. 좀 더 세게 가고 싶었는데. 원래는 숨어있던 조직원들이 나와 싸우다가 (숙희가)탈출하는 내용이었다. 좀 아쉽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액션을 할 때는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아직 아이는 없지만 영화는 자식을 키우는 듯한 기분이다. 편집되는 게 아쉽지만 그래서 잘된다면 좋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영화계는 남성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범죄 액션 장르에 치중돼 있다. 여배우들은 이야기 전체를 헤치지 않는 선에서 그들을 돕는 조연에 머무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정 감독은 “한국에서도 여자 액션 영화가 잘 돼서 선입견과 편견이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도 거의 없지 않나. 좋은 여배우가 많지만 설 수 있는 자리가 적다. 여자 로드무비도 많이 만들어지면 좋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악녀’가 경이적인 기술적 성과, 강렬하고 숨을 멎게 만드는 액션 시퀀스, 강렬한 액션 시퀀스가 너무도 훌륭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앞으로 정병길 감독의 액션작품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액션 영화는 찍을 게 더 많다. 어릴 때는 ‘이 정도 찍으면 더 이상 없겠다’는 생각도 했는데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을 더 배우게 된다. ‘내가 살인범’을 찍으면서나 ‘악녀’를 하면서 배운 게 많다. 앞으로 사이즈 크게 2~3편을 더 할 생각이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그것 찍고 나면 아마 나이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다(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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