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악녀' 감독 "칸 영화제 진출하지 못 할 거라는 사람 많았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6.10 10: 29

 이달 8일 개봉한 정병길 감독의 영화 ‘악녀’는 액션 느와르란 장르적 관점에서만 본다면 해외 걸작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한국 액션 영화 중 최고다. 정 감독의 독특한 상상력과 김옥빈의 액션 연기 열정이 기대 이상의 비주얼을 창조해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열린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고, 월드 프리미어에서 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그 노력을 인정받았다. 또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115개국에 선판매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오토바이에서의 장검 대결, 자동차 본네트에서 대결하는 카 체이싱, 마을버스에 매달려 적을 제압하는 액션 등 그간 본 적 없는 신개념 액션 장면들을 통해 ‘정병길 감독표’ 액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 듯하다. 이 모든 건 정 감독의 액션 감각과 김옥빈의 연기 열정이 창조로 승화시킨 덕분이다.

정병길 감독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칸 영화제에 진출하지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저를 보며 ‘왜 굳이 시간에 맞춰 내려고 하지?’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웃음). 아마도 장르영화라서 더 초청받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칸 영화제 출품을 준비했던 당시의 생각을 전했다.
이어 정 감독은 “단순히 칸을 노리고 만든 것은 아니고 출품 날짜에 맞췄다”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후반작업을 제대로 못해서 냈는데 일단 냈으니까 기대는 했다(웃음). 출품했으면 당연히 기대는 하는 게 아닌다. 연락을 받고 기분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 등에 이르기까지 액션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정병길 감독은 ‘악녀’에서도 유례없는 액션을 창조해 관객들의 두 눈을 사로잡았다. 액션스쿨 출신으로서 여타 감독들에 비해 좀 더 액션이라는 장르에 대한 애정과 관심,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액션스쿨은 6개월 과정만 수료했다. 훈련 과정이 너무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그만 둔 친구들도 있다. 저는 영화감독만 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미술 스태프나 촬영 스태프 등에도 관심을 열어 놓고 준비했다. 배우 쪽에도 관심이 있었다. 근데 하다 보니 연출이 더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 감독은 늘 상상 이상의 살아 숨 쉬는 액션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해낸다. 이번 영화에서도 오프닝을 ‘1인칭 시퀀스’로 열어 강렬하고 치명적인 리얼 액션으로 관객들에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오프닝 시퀀스에 대해 “복도 신(scene), 계단 신, 체육관 신 등 각각 하루씩 잡고 4일차에 완성했다. 처음엔 5회 차를 잡았었는데 1회 차를 줄였다. 연습도 워낙 많이 했고, 어지간해서는 더 테이크를 안 갔다”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킬러 숙희를 연기한 김옥빈의 연기 열정과 액션 감각을 극찬했다. “제가 배우들에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김옥빈이 워낙 액션을 잘하기 때문에 선을 긋지도 않는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요구한 게 없었다”며 “숙희라는 캐릭터 자체가 세고 드라마틱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표현하기 힘들 수 있지만 한 작품 안에 여자의 일생이 녹아 있다는 게 배우로서 마음에 들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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